작가: prettyvk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1071940/chapters/2946508

등급: Explicit

커플링: 셜록/존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이후. 



Chapter 20: 11월 15일 - 존



존의 옷이 끌러져 있을 때에는, 언제나 셜록의 두 눈에 즐거움이 가득찬다.

짧고, 너무 우스꽝스러운 단어들이라 스스로 말하기가 너무 어려운 그 세 단어들[각주:1]을 셜록이 들을 때마다, 그의 눈은 조금 더 맑아지고 밝아졌다. 동시에, 언제나 그는, 존을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보았다. 그리고 존을 믿고 싶은 것 이외에는 더 원하는 게 없었다.

그의 입술은 미소지은채 존의 입술에 닿았고, 조금 더 세게, 키스로 밀어부쳤다. 그의 손은 너무나 굉장히 망설이듯, 존의 무릎 위에 놓였다. 존은 셜록이 손을 다시 치우기 전까지 조금 더 내버려 두었고, 유감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오, 이러지 마," 그는 작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지난 밤엔 너랑 똑같이 굴었지만 이제 난 좀 더 제대로 생각할 수 있다고."

셜록의 눈썹이 둥글게 위로 솟았고, 입가가 약간 위로 비틀려 올라갔다. "제대로? 정말 그렇게 생각해?"

존은 코웃음쳤다. 셜록의 얼굴에 대고 있던 손을 뗀 뒤 벗은 무릎 위에 손가락들을 올려놓고 부드럽게 문질렀다. "굉장히 웃긴데. 하지만 나 농담하는 거 아냐. 넌 다시 자야해. 물론 혼자서."

거의 미소에 가까웠던 셜록의 표정은 순식간에 부루퉁해졌다. "난--"

"안 피곤하겠지." 존이 셜록의 손을 그러쥐며 부드럽게 말을 잘랐다. "당연히 그럴리가 없지. 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잖아. 하지만 닷새를 꼬박 뜬 눈으로 보낸 뒤에 세 시간 자는 거? 안 좋아. 충분의 ㅊ도 안 돼."

딱히 셜록의 황소고집이 놀랍지는 않았다. 여태까지 셜록이 잠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존도 꽤나 잘 알고 있었다. 이게 전혀 새로운 발견도 아니었다; 이미 지난 유월에도 그는 그리 생각했었다. 하지만 존은 이제 셜록의 입술에서 흘러나올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만약 존이 아주 잠깐이라도 말을 더듬거리며 마음이 약해지더라도 어떻게 셜록을 확신시켜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셜록, 제발," 존이 선수쳤다. "날 믿지 않아?"

이건 일종의 반칙이고, 존도 알고 있었다. 셜록은 존을 정말 믿었다 - 그의 인생에 걸쳐 한 번 이상, 믿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존이 이렇게 수면에 관한 문제가 죽음과 삶을 결정할 정도의 문제라고 셜록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을까? 수면 부족은 체력을 떨어뜨린다; 의사로서, 존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존은 그저 셜록을 위해서, 그가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고, 그걸 '보통'의 상태로 부르며 허락한 것 뿐이다. 뇌염 때문에 그 기준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며칠에 한 번씩은 몰아서라도 잠을 자야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 자러 가버리면," 셜록은 항상 반복하는 레퍼토리를 꺼내며 반격했다. "이걸 잊어버릴꺼야." 그의 손바닥은 존의 손 바닥에 닿았고, 손가락 깍지를 끼었다. "내가 읽은 모든 걸, 네가 말해준 모든 걸. 모두 다시 배워야 해."

존은 조금 긴장할 뻔 했지만, 그러지 않으려 노력했다. 모든 게 사실이지만, 당연히 그렇지만, 셜록이 존을 꼭두각시처럼 쉽게 놀릴 줄 아는 것 역시 사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배우는 게 어려웠어?" 존이 놀리듯 말했다. "언제부터?"

셜록의 표정은 좀 더 인상이 강해졌다. 마치 사건 현장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나 뜻밖의 증거를 발견했을 때, 혹은 무언가를 기억에 저장할 때와 같은 종류의 표정이었다. 존의 표정 어느 구석이 그렇게 중요해서 셜록이 기억하고 싶어 하는건지 존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등줄기로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셜록이 집중한 눈빛으로쳐다봐줄 땐 늘 짜릿했다. 예를 들어, 존은 전혀 꼼짝할 수 없었다. 셜록이 이마를 존의 어깨 위에 대고 살살 문지르며 앞으로 밀 때에는. 존은 스스로 뒤로 움직여서 셜록의 머리가 소파의 팔걸이에 놓이도록 했다.

셜록은 존의 몸에 자신의 몸을 느슨하게 걸친 상태로 따라서 움직였다. 셜록의 뺨은 존의 가슴에 놓여있었지만, 마치 내동댕이 쳐질까봐 걱정스러워 하는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존은 셜록의 어깨 위로 두 팔을 벌려 감싸안고, 셜록이 마음을 좀 더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것은 꽤나 좋았다. 셜록의 머리카락을 존의 손가락 사이 사이로 느끼며 쓰다듬을 수 있었다. 셜록에게 필요한 휴식은 아니지만, 잠깐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정말 잠깐이라면.

"넌 이 모든 걸 다시 설명해야 될거야." 셜록이 잠시 뒤 입을 열었다. "그게... 부담스럽지는 않아?"

그들이 커플이 되기 전에는 전혀 이런 것에 대해 걱정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최소한, 그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걱정했던 적이 있었나? 지금 묻기엔, 너무 늦었지만.

"괜찮아." 존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젠 익숙해졌거든. 이제와 말이지만, 난 꽤 잘 하고 있는 것 같거든."

셜록도 조용히 대답했다. "흐음."

"뭐가?" 존이 셜록을 찌푸린 얼굴로 쳐다보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냐." 잠깐 말을 멈춘 뒤 셜록이 덧붙였다. "전혀 잘하고 있지 않다고, 너 말야."

존은 코웃음을 친 다음 셜록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끌어당겼다. "지금 화 난거야?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넌 몇 시간 전에 일어났고 네 세상이 완전히 뒤집혔지만, 지금 넌 평온하고 고요한 상태야. 그래도 이 모든 걸 시작할 때면 대개 넌 화가 나 있었어. 모든 상황들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가 너를 도와주기 전까지는. 그러니까, 응, 난 꽤나 하고 있는 거 맞거든. 항상 고마워 하라고."

셜록은 작은 소리로 다시 코웃음쳤다. "설명해준 것 보다 설명하지 않은 게 더 많은데."

"아까 말했잖아," 존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네가 질문을 해야, 내가 대답한다고."

셜록은 존에게 한 발짝 떨어져서, 존의 다리 위에 앉았다. "좋아. 내 가슴에 있는 이 세 번째 문신은 언제 새겼어? 그리고 왜 새겼어? 다른 두 개랑 달라. 1인칭이 아닌 2인칭 서술문이야. 좀 더 최근에 새겼고, 네 가슴에 있는 대답은 문신이 아니라 마커펜으로 쓰여있고."

비록 존의 가슴이 옷으로 덮혀있었지만, 셜록의 눈빛은 그걸 꿰뚫어보았다. 반사적으로, 존은 셜록을 쳐다보면서 테리클로스 가운 뒤에 숨겨진 단어들을 쓰다듬었다. 셜록도 무의식적으로 같은 동작을 하고 있었다.

"이 문장은 내겐 마커펜으로 쓰는 정도면 충분해." 존이 건조하게 말했다. "왜냐면 이 말하고 엮여있는 네 가슴 위에 새긴 문신은 없어질거거든. 너도 그걸 다른 문장으로 덮어씌우는 걸 동의했었지."

셜록이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그랬다고? 왜?"

"네 입으로 그랬잖아. 오직 중요한 사실들만 문신으로 새기겠다고 약속했고, 이 문장은 심지어 사실도 아니니까. 난 떠나지 않아."

존이 자주 반복해야만 하는 모든 말들 중에서, 이 말이 바로 가장 '부담스러운' 말이었다. 셜록이 가장 믿기 힘들어하는 것 같아 보이니. 심지어 지금도, 셜록은 계속 얼굴을 찌푸린 채로 확신이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왜 내가 이걸 내 몸에 새겨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거냐고?" 셜록이 물었다.

존은 눈을 한 바퀴 굴리고[각주:2] 슬프게 위를 쳐다보면서, 자신의 다리 위에서 셜록의 다리를 내려 놓았다. "왜긴 왜야. 니가 멍청이니깐. 그게 이유지."

셜록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대답을 여전히 기다리는 게 분명했다. 존은 한숨을 삼켰다.

"우리가 싸웠어." 존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는데 내가 밖으로 나가버렸어. 그냥 바깥 바람을 좀 쐬어야 했던 것 뿐이야. 그리고 넌 그걸 가지고 내가 널 떠나고 싶어하는 거라고 결론지어버렸지."

"우리가 왜 싸웠는데?" 셜록이 단박에 물어보았다. 마치 존도 셜록의 반응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듯.

"아까 말했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어."

"그건 당연히 내게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질만한 일이었을거야. 문신을 새기기로 결정한 이유였으니까." 셜록은 갑자기 안절부절하며 신경이 곤두선 목소리로 말했다. 화가 난 건 아니다, 아직 아니지만, 명백히 불안해 하고 있었다. "네가 말하는 '중요'한 것과 내가 말하는 '중요'한 일이 당연히 다른 것 같네. 아마도--"

셜록의 입술 위로 손가락 하나를 대고 살짝 누르며, 존은 좀 더 가까이 기대었다. "첫 번째 문신." 존이 조용히 말했다. "네 가슴에 새긴 것이든, 내 가슴에 있는 것이든 상관 없이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난 아무데도 안 가. 네 선행성 건망증 때문도 아니고, 네가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 때문도 아니야. 그게 무슨 뜻이든 상관도 없지만. 난 아무데도 안 가. 왜냐하면, 난 널 사랑하니까. 왜냐하면, 전에 난 널 한 차례 잃어버린 적이 있었고 그게 거의 날 죽게끔 만들었으니까. 알았어?"

셜록이 고개를 끄덕이자, 존은 셜록의 뒤통수 쪽으로 손을 옮겨, 셜록의 머리를 너무나 부드럽게 앞으로 움직이도록 도왔다. 셜록은 쉬이 따라왔고, 입술을 혀로 잠시 축인 뒤 존의 입술 위에 포개었다. 그 키스는 이전의 키스처럼 너무나 달콤했고, 매우 짧았다.

"넌 잠을 좀 자야해." 존이 셜록에게 되짚어 주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도 그 사실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난 모르는 게 너무 많다고." 셜록의 애원하는 목소리는 존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너무 많은 걸 잊어버리고, 넌 그 모든 질문에 대해 대답해줄 순 없어. 심지어는 답을 전부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조금 다른 레퍼토리로 접어들었다. "무슨 소리야?" 존이 물었다.

"그러니까, 네가 우리 사이에 대해 일기에 쓰지 못하게 하는데, 내가 어떻게 기억하겠어..." 셜록은 손을 흔들었다. "나는 모른다고. 내가 네가 문신으로 새긴 말들을 네게 말해주면 네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존은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바로 대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셜록이 방금 한 말과, 셜록의 눈빛 - 수줍음과 반항심이 담긴 눈빛 사이에 갖혔다. 이건 마치 셜록이 존에게 감히 장난을 거는 것과 같았다.

목을 큼큼, 하고 가다듬은 뒤 존이 매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음, 표정이 궁금하면 지금 다시 말해봐도 되지 않나?"

셜록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존은 이게 방금 자신이 한 말에 대한 대답인건지 생각했다.

"네가 방금 말해줬던, 문신에 대해 약속했던 것들은 뭔데?" 다시금 불안해진 목소리로 빠르게 셜록이 물었다. "세 번째 문신을 새긴 이유는 뭔데? 난 이야기의 절반밖에 몰라. 난 모든 걸 알고 싶어. 난 모든 걸 알아야만 해."

말을 마치며, 셜록은 머리를 커피 테이블로 돌렸다. 존은 같은 방향을 쳐다보았고, 일기장에 눈길이 닿았다.

"거기에 적어넣고 싶은 거구나." 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전에 셜록과 약속한 것들 중 하나는, 셜록이 일기장에 존에 대해 무슨 말을 적어놓았든지 나중에는 지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심지어는 지금은, 셜록이 주장을 번복하고 있지만, 존은 자신의 선택이 지금껏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일기장이 정보를 저장해 두기 괜찮은 방법인 것 같거든." 셜록이 주장했다.

"네가 그 일기장에, 이 세 번째 문신처럼 잘못된 내용을 적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셜록이 입고 있던 드레스 가운은 반 쯤 열려있었고, 존은 그 사이로 보이는 세 번째 문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기억할 필요가 없어."

"내가 틀리면, 네가 말해주겠지." 셜록이 존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어 놓은 다음, 가슴에 더 많이 닿도록 지그시 눌렀다. "방금 전에 해줬던 이야기처럼 말야."

"아니. 난 네 일기장을 읽지 않는다고."

셜록은 한 쪽으로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한 번도?"

"한 번도." 존이 확답했다. "네가 그러지 말라고 했어. 난 그러마고 약속했고."

"난 그 약속도 기억 못해. 내가 잊어버린 다른 정보들처럼. 이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넌 이해해?"

당연히 존은 이해했다. 셜록이 일기를 쓰지 않던 시절에,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셜록이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존이 지켜봐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셜록이 두려워 하는 것처럼, 몇 주 전에도 두려워 했다. 그게 얼마나 두려운지는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과 몇 주전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 때는 셜록의 인생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점에 대해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존과 어떤 관계인지 정보가 부족한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존이 셜록이 기억을 되찾도록 최대한 노력하고는 있지만, 셜록의 말이 맞다: 세상에는 단순히 존이 모르는 내용도 있고, 셜록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도 있다. 물론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의견차가 있겠지만, 존에게 그 모든 걸 결정할 권리가 있는 걸까?

"그러면 이렇게..." 그가 다시 일기장을 쳐다보면서, 마이크로프트가 일기장을 읽었던 순간을 기억했다. "두 번째 일기장을 만드는 건 어떨까. 우리 둘 다 읽을 수 있는 걸로."

거슬리는 방문객들의 손길로부터 떼어놓기위해 침실에 두는 일기장으로.

"그리고 우리 둘 다 적을 수 있는 거지." 셜록이 문자 그대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든 일들 이후의 우리 둘의 이야기를."

우리 둘의 이야기. 그런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존을 위해서만 쓰여지고 읽힐 내용이다.

"좋아. 그렇게 해보자."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존은 셜록에게 손을 내밀어 그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몇 시간 더 자고 일어난 뒤에 해야돼."

셜록은 너무나 피곤해 그 말에 더 이상 반항하지도 못했고, 존은 침실로 셜록을 이끌었다.

"내가 자는 동안 너부터 시작해도 되겠네." 셜록은 대신 그렇게 말했다.

"군말없이 침대에 눕는다면, 좋아, 그렇게 할께."

"네가 같이 침대에 눕는 건 어떤데?"

존은 크게 웃으면서 침실 문을 열었다. "글쎄, 9월 전에는, 난 네가 섹스에 관심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관심 없었어." 셜록이 드레스 가운을 벗으며 말했다. "난 너한테 관심이 있는거야. 난 네가 황홀함에 빠져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고 싶어."

셜록을 침대 위에 눕힌 뒤에는, 그런 말들은 존을 초대하는 말이었다. 언제나 존이 조심스럽게 얻어내고자 하는 종류의 초대.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게 먹히지 않았다. 셜록의 눈가에 짙게 피곤함이 서려있기 때문이었다.

"알게 될 거야." 존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셜록 위로 이불을 끌어 당겨 덮어주며 말했다. "하지만 12시간 정도 푹 자고 일어나면 말야."

셜록이 비웃었다. "열두시간? 난 그렇게 길게 자 본 적이 없어."

"잠이 필요할 때는 너도 그렇게 자곤 해." 셜록의 이마 위 앞머리를 존이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리고 지금 넌 정말로 잠이 필요하고."

"그래도 --"

"사랑해." 존이 부드럽게 말을 잘랐다. "그리고 네가 잠에서 깨어나도 널 여전히 사랑할거야. 그리고 네가 그 말을 생전 처음 듣는 것 같은 표정으로 듣는 네 얼굴도 보게 되겠지."

셜록이 약간 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게 어떤 표정인데?" 셜록이 중얼거렸다.

존은 다시 셜록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진짜 괜찮은 사건을 해결했을 때 표정이랑 비슷해."

"밀실 살인 정도는 되겠지, 최소한."

존이 킥킥 웃었다. "뭐 네가 그렇다면야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살인자가 두 명이겠지. 두 개의 밀실이 완전히 잠겨있는 집 안에 있는데, 살인사건이 일어난거야. 음.. 그래 좋아..."

"항상 참 낭만적이네." 존이 셜록의 눈썹에 짧은 입맞춤을 남겼지만, 이미 셜록은 잠 속으로 빠져든 뒤였다.

셜록을 떠나는 것은 언제나 힘들었다. 존은 자신에게, 셜록은 최소한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키면서 방을 나섰다. 거실에서, 그는 셜록이 몇 개월 전 일기장으로 사용하는 공책을 찾아낸 박스 안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허드슨 부인에게 셜록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지 지켜봐달라고 부탁한 뒤 거리로 나섰다. 그녀가 불침번을 서는 동안, 셜록이 일어나더라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적은 쪽지를 방문에 붙여놓았다. 하지만 셜록은 정말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존은 전혀 방해받지 않고 쇼핑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존이 쇼핑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전히 셜록은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존은 식료품들을 부엌 한 켠에 치워둔 뒤, 새로운 공책과 펜도 함께 식탁 위에 올려놓고 차를 한 잔 타서 앉았다. 첫 번째 페이지에 첫 번째 문장을 적기 전에, 존은 잠시 고민했다.

첫번째 문신 내용을 사실로 만들었을 때[각주:3] 네가 내게 물어봤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어. 왜 그랬는지 생각해봤는데, 여전히 모르겠어. 널 알고 지내온 동안, 늘 그렇게 느꼈거든. 심리적 요인으로 다리를 절뚝이는 은퇴한 군인이라는 걸 처음으로 만나자마자 알아낸 낯선 사람하고 사랑에 빠졌다는 게, 좀 바보같지? 어쩌면 이게 미처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이유인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네가 일이랑 결혼했다고 한 말이 나한테는 제대로 먹혔기 때문인지도 몰라. 어느 쪽이든, 난 내 마음을 몰랐어. 우리가 함께 살았던 그 모든 시간 동안, 그리고 심지어 나중에는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것처럼 슬펐는데도, 못 알아챘지.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몰랐어. 메리는 알고 있었던 거 같아, 짐작일 뿐이지만. 그래서 메리는 그렇게 항상 널 경계했던 모양이지. 그리고 그게 메리는 내가 네게 얼마 안 가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할테고. 난 메리를 두고 바람피운 적은 없어.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헤어지자는 말을 메리가 먼저 꺼냈을 때,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았지.

종이에서 펜을 떼고, 존은 지금까지 적은 내용을 읽어보았다. 셜록이 새 일기장에서 무슨 정보를 얻고 싶어할지 확신이 없었기에, 첫 번째 페이지는 쉽게 뜯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할 만한 이유가 존에게도 있었고, 존은 다른 내용을 적어내려갔다.

그건 어쩌면 셜록이 원하기 때문이 아니라, 존이 원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메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던 건 아냐. 난 우리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어. 근데 이걸 적었으니 말인데, 나도 궁금한 게 있어 -- 이게 내가 널 떠날거라고 두려워 하는 이유인거야? 넌 이미,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아내와 헤어졌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 그래서 참 변덕스러워 보이겠지. 하지만 넌 날 잘 알잖아. 난 널 항상 믿었어. 심지어 네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기꾼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던 때나, 네 입으로 네가 내게 거짓말만 했다고 말했을 때 조차도. 난 네가 이렇게 말할 땐 날 꼭 믿어줬으면 좋겠어: 난 널 사랑해. 그리고 난 아무데도 안 가. 너 없이는 어디로도.







* 이번 편은 1편 바로 몇 시간 뒤의 이야기로군요!!! 드디어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1편 이후의 이야기도 나왔네요! ㅎㅎ

* 으왕아아아아아 존 너무 멋지다 ㅠㅠㅠㅠ 흑흑 존 너무 모범적인 남편이야 ㅠㅠㅠㅠ 긓그흑흐흣ㄱ ㅠㅠㅠㅠㅠ 셜록샤기 복받은 샤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드디어 마지막편도 마쳤군여!!! 이 뒤로 짧은 에필로그가 있는데요, 그것도 후다닥 마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당 ㅎㅎㅎ




  1. 셜록이 가슴에 새긴 첫 문장이 "존은 날 사랑한다." 니까, 이 말을 존이 셜록에게 해줄 땐 "난 널 사랑해." 가 되겠지요? 여기서 세 단어라는 것은, 이 문장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2. 외국 애들이 짜증나면 눈을 한 바퀴 휙 돌리면서 한 번 눈을 깜박하는 그 동작입니당! [본문으로]
  3. 존은 나를 사랑한다. 가 첫번째 문장이죠? ㅎㅎ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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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음표 5nqz2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