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prettyvk

원작: http://archiveofourown.org/works/1007697/chapters/1998533

등급: Teen And Up Audiences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이후





Summary:


그 일은 다섯단어와 함께 시작한다.


"내 아빠가 정말로 죽었어요?"


아니면 어쩌면, 이 말과 함께 끝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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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다섯단어[각주:1]와 함께 시작한다.


"내 아빠가 정말로 죽었어요?"


아니면 어쩌면, 이 말과 함께 끝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단어들이 들려오자 셜록도 서서히 정신을 차린다: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은 정말로, 죽었다. 그렇게까지 확인하기 어렵고 끔찍한 사실은 아니다. 셜록은 옆 사람의 두개골에 손을 몇 초간 대어보았다. 목뼈가 부러지는 큰 소리가 셜록의 손가락 사이로, 팔로, 몸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그건 셜록이 입은 총알 관통상의 고통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건 셜록의 두뇌회전을 느려지게 만들고, 자명한 것들을 느리게 인식하도록하는 원인일지도 몰랐다.


셜록은 두 눈을 감고, 집중한다. 고통이 잦아져 작은 메아리 소리가 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중요한 사실들을 정리해나간다.


사실 #1. 세바스티안 모런 - 모리아티가 고용한 마지막 저격수, 모리아티 왕국의 최종 조각 - 은 죽었다.


사실 #2. 셜록은 부상당했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나중에 혼자서 손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3년 동안 이런 것 쯤 아무렇지 않았으니까.


사실 #3. 셜록은 사실, 스스로 상처를 돌볼 필요가 없다. 병원을 갈 수도 있었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 총을 맞아 생긴 흉터들을 치료해달라고 부탁할수도 있었다. 그럴 수 있었다. 이제 다 끝났으니까. 더 이상 숨어다닐 필요가 없다.


사실 #4. 죽은 척 한지 3년이나 됐지만, 새벽 2시에 존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건... 피로 뒤덮히고 멍이 잔뜩한 몸에 한 쪽에는 총을 맞아 생긴 흉터를 달고서 말이지. 이건 사실, 지금 하기에 가장 똑똑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일단 먼저 씻어야겠지.


사실 #5. 셜록을 내려다보는 아이가 하나 있다. 아마도 자기 아빠가 죽었냐고 묻는 바로 그 아이겠지.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불편하다.


셜록은 그의 먹잇감을 뒤쫓아 유럽, 태국, 브라질을 거쳐 마침내 런던으로 돌아올 동안 무자비했다. 많은 남자들과 적지 않은 수의 여자들을 상대했고, 물론 그들은 천사의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은 머리를 가진 소년이 난간의 귀퉁이에서 셜록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는 이 상황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셜록은 이 소년의 아버지를, 소년의 눈 앞에서 죽인 모양이다.


별로 좋지 않구나, 셜록.


어디선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가족의 목소리에, 셜록은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흔들어 털었다. 성 바츠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진짜 존의 목소리를 들었던 이후로 셜록은 이 목소리를 몇 번 들었다. 가끔은 계획을 바꾸게 만들기도 했던 목소리였건만, 지금은 별로 상황을 달리 만들 수 없는 걸.


"내 말이 들려요?" 그 아이가 얼굴을 찌푸린채로 물었다. "뇌진탕이예요? 그래서 대답을 못 하는 거예요? 아빠가 꽤 세게 머리를 내려쳤는데. 아빤 항상 굉장히 세게 때리거든요."


속으로 신음을 참으며 셜록이 앉았다가 일어섰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셜록이 서 있는 위치에선 그 소년의 얼굴 말곤 잘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바닥에 누워있었고, 난간의 끝부분에 팔이 깔린 채였다. 셜록을 살펴보는 소년의 눈은 밝았다. 겨우 10살, 11살쯤 되었을까?


"그래, 죽었어." 차분한 목소리로 셜록은 모런과 아이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세바스티안을 말한 게 아녜요." 아이는 짜증난다는 듯 눈을 굴렸다. "당연히 그 사람 죽은 것 정도는 여기서도 잘 보이거든요. 목 꺾인 각도만 봐도 뻔하잖아요. 난 내 아빠에 대해서 묻는거예요."


셜록은 자신이 느리게 뒤쫓아가는 대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목을 길게 빼고 누굴 쳐다보는 상황 역시도. 둘 다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었으니까. 셜록은 한 손으로 재킷 아래 옆구리를 누르면서, 난간으로 연결된 사다리로 걸어갔다.


"난 네가 누군지 전혀 모르니" 셜록은 사다리를 올라가며 말했다. "네 친척의 건강에 대해 추측하는 게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란다."


셜록이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그 아이는 바닥에 앉아 다리를 교차한 채로 허리는 꼿꼿하게 펴고 두 손으로 한 쪽 발목을 감싸고 있었다. 바지가 너무 짧아서 바짓단과 말려내려간 양말 사이의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 오래 전에 생긴 것 같은 멍이 이제 누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반면에 점퍼는 너무 커서 몸을 다 덮고도 남았다.


전보다 더 깊어진 주름으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못 알아냈단 말예요?" 하며 아이가 물었다. 마치 실망한 것 같은 목소리였다. "아빤 아저씨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어떻게 내가 누군지 모를 수가 있어요? 난 아빠랑 닮기까지 했다고요. 세바스티안도 항상 그렇게 말했고요."


셜록은 짜증나기 시작했다. 겨우 꼬마에게 자신의 지적능력이 시험당하는 꼴이라니. 뻔한 사실을 그리 오랫동안 알아내지 못했다니.


"그래." 날카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네 아버지는 죽었어."


그 아이는 눈을 깜박이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조금 뒤, "정말 확신해요? 세바스티안은 아저씨가 거기 있었다고 했어요. 정말로 거기 있었어요? 아저씨가 이렇게 했어요? 세바스티안은 아빠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주지는 않았을테니까 나는 어쩌면 세바스티안이 거짓말 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아저씨처럼요. 세바스티안은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걸 몰랐지만, 나는 거짓말 하는 거라고 생각했죠."


"난 거기 있었어." 셜록이 답했다. "내가 그런 건 아냐. 그리고 맞아, 확실해."


셜록은 모리아티가 입에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순간을 매우 명확하게 기억하는만큼 설명하려고 했지만, 머릿 속에서 존은 그를 말렸다. 안 좋다니, 왜 안 좋은데요? 그 아이가 물었다. 대부분의 경우처럼, 이런 상황에서도 진실이 가장 좋다. 숨기는 건 약간 의도적이니까.


그리고 여전히 셜록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셜록은 잔뜩 긴장한 아이의 어깨가 풀어지는 모습을 적당한 호기심으로 쳐다보았다. 아이는 숨을 조용히 내쉬며 진정하는 중이었다. "오, 좋아요. 확실히 알아두는 게 좋죠."


이건... 셜록이 기대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 전에 무엇을 기대하길 멈추었다곤 해도.


아이는 일어서서 셜록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 이름은 제임스예요." 아이는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홈즈씨. 당신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 들었어요."


또 다른 기억의 파편들이 번뜩인다. 그 옥상에서, 모리아티가 스스로를 총으로 쏘기 전에, 모리아티도 셜록에게 손을 내밀었다. 셜록은 망설이면서 아이의 몸을 눈으로 훑으며 다른 무기가 없는지 확인했다. 마침내 셜록은 아이의 손을 신중하게 잡았다. 피로 덮힌 손. 아이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고, 셜록의 손을 맞잡고 크게 흔들었다. 마치 남들이 하는 악수는 본 적이 많지만 직접 해본 적은 없는 것처럼.


"저기, 지금 피흘리고 있는데요." 셜록의 손을 놓아주면서 아이는 자신의 손에 묻은 말라붙은 피를 쳐다보았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셜록은 무엇을 상상했던간에 이런 상황을 상상하진 않았다. 제임스 혼자 가구 조각들 사이로 서둘러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셜록은 손을 자기 머리 뒤로 가져다 댔다. 찾던 것이 손 끝에 느껴지자 몸이 움찔했다. 머리엔 혹과 함께 피가 말라있었다. 제임스 말대로, 뇌진탕이 있었나? 지금 이렇게 모든 게 느리게 흘러가는 건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아니면 3년 동안 한 번도 뇌가 꺼진 적이 없는 탓인지도 모르고.


제임스는 어린이용 짐가방을 침대 밑에서 꺼내어 구겨진 담요들 위에 올려놓았다. 가방을 열었지만 셜록의 눈에는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잘 개어진 옷 아래에 책 귀퉁이가 보였다. 짐가방의 절반은 빨간색 십자가가 구석에 그려진 하얀색 상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 상자를 꺼냈다.


"꿰매는 연습을 많이 해보지 못했어요." 제임스가 말했다. "하지만 상처를 깨끗하게 하는 건 잘 해요. 붕대도 잘 감을 수 있고요."


"정말이지, 음." 셜록은 무의식적으로 그 작은 손들이 세균감염방지용 거품이 든 튜브 위로 오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좋지 않은데."


제임스가 얼어붙었다. 세 번 정도 심장박동이 있을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제임스는 여전히 가만히 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홈즈 경. 전 상처를 정말로 깨끗하게 상처를 닦아드릴 수 있어요."


제임스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숨은 얕고 조용했다. 마치 움직일 수 없고 침묵해야 하는 것 처럼, 마치 제임스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 처럼. 셜록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제임스는 응급치료용 박스를 갖고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셜록을 도울 수 있다고 계속해 말했던 것이다. 자기 자신을 상대로 연습을 계속하는 건 실력이 늘어나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니까. 셜록도 그랬던 것 처럼.


뭐라고 말해? 뭘? 한 명을 제외하곤, 사람들은 셜록이 뭔가 중요하거나 개인적인 사실들을 알아채어 이야기해주는 것을 전혀 감사히 여기지 않았다. 이 아이라고 해서 그 점이 다를 것 같진 않았다.


"네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네 실력이 월등하다는 것 쯤은 알겠구나." 셜록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하지만 난 스스로 할 수 있어."


셜록은 사다리를 다시 내려갔다. 1층 바닥에는 원래 공장이었던 물건들이 범죄자들이 도망가기위해 사용된 후 사방에 널려있었다. 셜록은 시체를 스윽 쳐다본 후 시체의 가죽자켓에서 일회용 휴대전화를 꺼냈다. 타이핑하는 게 그렇게까지 셜록에게 지겨운 일이 아니었다면, 분명 휴대전화를 돌려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적당한 코트를 되찾아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와 기쁘다. 진심으로.


끝났어.


문자를 전송하기 전에 약간 망설인다, 그리고 3년만에 처음으로, 두 글자를 맨 마지막에 덧붙인다. 필요한 것들은 아니지만, 화면에 쓰여진 걸 보는 게 이상하게도 기뻤다.


SH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한 시간이 채 걸리지야 않겠지만, 그의 뒷편에서 소음이 들렸다. 제임스는 사다리를 내려오고 있었다. 한 손에 그 작은 짐가방을 들고 있어서 속도가 느렸다. 분명히 이전에도 이렇게 사다리를 내려온 적이 있었던 모양새이긴 하지만.


"어디로 갈거니?" 제임스가 바닥에 내려왔을 때 물었다.


이제 흰 스니커즈를 신고 점퍼 위에 파카를 입고 있던 제임스는 셜록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음, 아저씨랑 함께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 이야기했다.


"아니, 안 돼. 누가 널 돌보지?"


제임스는 눈썹을 들어올린채로 모런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셜록은 짜증난다는 듯 눈을 굴렸다.


"그 사람 말고. 유모는 없어?" 부모님이라고 말하려다가 절반의 답은 이미 알고 있었던 셜록은 말을 바꾸었다. "엄마는?"


목소리의 톤으로 보아서는 아이는 생모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았다. 셜록이 아이에게 생모에 대해 뭐든 알고 있는 정보는 없냐고 물으려던 찰나, 전화가 울렸다. 문자메세지가 아닌 전화였다.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마이크로프트," 셜록이 전화를 받았다.


"셜록," 마이크로프트가 전화선 반대편에서 대답했다. "네 시간을 다 보냈구나."


셜록의 입술 끝에 비틀린 웃음이 걸렸다. 셜록 방식대로 진행했더라면 형으로부터 이 모든 것들을 떼어낸채로 일했겠지만 불행하게도 몇 주 전에 마이크로프트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그 후로 연락할 때 마다, 마이크로프트는 이 모든 일들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겠노라고 했고, 셜록은 언제나 거절해왔다.


"이미 다 끝난 얘기 아닌가?" 셜록은 한숨을 쉬었다.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해야만 한다고."


"아니, 네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거지, 그래야만 했던 건 아니지."


"우리가 이 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단 것에 둘 다 동의했잖아. 어쨌든 상관없는 문제라고."


셜록은 마이크로프트가 수긍하는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살짝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네 위치는 확보됐어."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요원들이 가고 있어. 뒷처리 할 것들이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시체 한 구랑..."


셜록은 제임스를 향해 눈을 돌렸다. 제임스는 짐가방의 손잡이를 꼭 붙잡아 손목까지 새하얗게 된 채로 이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 다른 한 손은 제임스의 입을 꼭 막고 있었다. 셜록이 자신을 살펴보는 눈빛과 마주친 제임스의 낯빛은 창백해졌다.


"그리고 뭐?" 마이크로프트가 날카롭게 물었다. "다쳤어? 필요한 뭔가가 - "


"난 괜찮아." 셜록이 말을 잘랐다. "내가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만큼 친절한 형이라면, 당연히 좀 더 쉬울테고."


그 모든 난장판을 시작하고 만든 마이크로프트를 떠올렸다. 마이크로프트가 분명 셜록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리라고 셜록은 확신했다. 마침내, 마이크로프트는 그 모든 빚을 충분히 되갚을 것이지만, 셜록은 그 전에 충분히 마이크로프트의 죄책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낮까지는 다 되어있을거야. 그것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만 메세지로 알려줘."


"그러지."


셜록이 전화를 끊고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넣은 뒤, 이 시점에서 스스로를 생각해보았다. 뇌진탕일지도 모르는 다른 신호가 있었다.


셜록은 이 아이를 마이크로프트에게 넘기고 돌보도록 해야했다. 마이크로프트라면 이 아이에게 친척이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이고, 살만한 곳을 찾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이는 그냥 보통 아이가 아니었다. 모리아티의 아이란 말이지. 셜록은 많은 질문거리가 있었고, 모리아티의 왕국을 찢어놓았지만 모든 질문에 답을 얻진 못했다. 게다가... 제임스가 따라오고 싶어하는데 뭐가 문제가 되겠어? 만약 모리아티가 셜록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제임스에게 이야기 해줬다면, 뭐라고 또 이야기했을까? 또, 아이의 아버지가 죽은 뒤 3년 쯤 뒤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난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꼭 알고 있도록 해." 가까이에서 제임스를 살펴보며 셜록이 말했다. "난 멍청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아. 가끔 완벽하게 조용한 상태가 필요하고. 아이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 요리는 안 해. 네게도 필요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내가 잊어버릴 것 같으니, 넌 네 스스로 챙기도록 해. 난 아무 시간에나 나가고 들어오고, 내 실험 주변에는 아이를 혼자 두지 않으니까, 넌 내가 가는 곳 어디든 쫓아다녀야 할꺼야. 내가 유모를 찾을 때 까진."


마음 한 구석에서 허드슨 부인이 이 아이를 망쳐놓을거라는 생각이 벌써 들었다. 하지만 아니야, 제임스는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며칠만 같이 있으면 충분히 답을 얻을 것이다.


"제가 따라가도 된다는 얘기예요?" 제임스가 흥분한 것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비록 미소짓는 것은 아니었지만, 입술이 움직였다. 눈이 조금 더 밝게 빛났다.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지금까지 자신을 돌봐주던 사람을 죽인 사람과 함께 떠나야 한다는데 이렇게 기뻐하다니.


셜록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것 같은데. 마이크로프트의 사람들이 여기 오기 전에 떠나는 게 나을걸."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제임스가 뒤따랐다. 짐가방의 바퀴가 튕겨지는 소리도 제임스의 뒤를 따랐다.


"아빤 꽤 오래 떠나있었어요. 한번은 아빠가 돌아와서는 아저씨의 형에 대해 이야기 해줬어요." 그리고나서 한 번 말을 삼킨 아이는, "정말 아빠가 죽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아저씨 형이 철창에 다시 가둬두었을지도 모르잖아요."


셜록은 이 토막 정보가 나중에 쓰일 지 모르니 기억해둔다. 셜록이 자신의 형과 한 번 만난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죽은 사람을 배려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냥 궁금하니까. 지금은 대충 제임스를 힐끗 내려다보고 말았다.


"네가 알아둬야 할 게 있어. 난 했던 말 다시 하는 걸 싫어해. 이미 나한테 같은 질문을 했고 이미 내가 대답도 하지 않았나?"


제임스는 시선을 발 끝으로 떨어뜨리고는 약간 발걸음이 느려졌다. 셜록은 그러던지 말던지, 내버려두었다. 이 둘은 어떤 길에 도착했다. 이 길은 조용하고 황량했지만 길 세 개를 더 나아가면 런던의 심장이 빠르고 큰 소리로 뛰는 곳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셜록은 머릿속으로 자신의 플랫까지 되돌아가는 길을 그려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셜록은 여러가지를 느끼고 있었다. 옆구리에서 퍼져나가는 고통과 셜록이 두 걸음 걸을 때 다섯 걸음을 걸어야하는 짧은 다리를 가진 아이와 아직 숨어다녀야 한다는 사실과.. 그러고보니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셜록은 거리를 지나가는 첫 번째 택시를 그대로 잡아타도 괜찮다. 하지만, 셜록은 택시를 그냥 보냈다... 아주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얼굴을 찌푸리며, 셜록은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셜록의 한 걸음에 아이는 세 걸음씩 걸었다. 아이의 짐가방에 달려있던 바퀴는 울퉁불퉁한 도로에선 더 이상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리 내놔." 셜록은 한 손을 내밀며 명령했다.


아이의 눈이 약간 커졌다. "괜찮아요." 아이는 재빨리 대답했다. "저도 옮길 수 있어요. 진짜예요, 전혀 무겁지 않거든요."


이렇게 빌어먹을만큼 피곤하지 않았더라면 셜록은 단번에 그 목소리 속 두려움을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했고 그저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이런. 네가 그 짐을 질질 끌면서 걷지 않아도 되면 더 빨리 걸을 수 있을 거 아냐."


제임스의 턱이 눈에 띄게 움찔댔다. 제임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셜록에게 손잡이를 내밀었다. 하지만 아이는 그대로 가지않고 똑같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책만 꺼내도 될까요? 그게 그냥.. 아직 다 안 읽었거든요. 다 읽고나면 꼭 책을 버리겠다고 약속할께요."


셜록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단어들은 왜 이렇게 수수께끼같을까? 셜록은 수수께끼를 좋아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그리고나서 깨달았다. 세상에. 하지만 오늘 밤 셜록은 모든 게 느렸다. 끔찍하군.


"내가 네 짐가방을 대신 들어주겠다는 뜻이야." 셜록은 차분하게 말했다. "난 피곤해. 집에 가고 싶고, 네 짐가방이 이동속도를 늦추고 있으니 지금 유일하게 논리적인 해답은 내가 그 가방을 들고 넌 더 빨리 걷는 것 뿐이라고."


제임스의 눈이 깜박였다. 신뢰하지 않는건가? 아니면 헷갈리는걸까? 제임스는 마침내 손잡이를 놓았다. 셜록은 끌고가는 용으로 길게 빠져나와있던 손잡이를 눌러 집어넣었고, 짐가방 옆 면의 손잡이를 잡았다. 다시 걷기 시작하자 제임스는 더 빨리, 셜록의 옆에서 걸었다.


이미 안을 확인한 뒤라서 셜록도 가방 안에 별다른 게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가방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가벼웠다. 몇 개 가지고 다닐 수 없었겠지. 재빨리 가방을 싸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제임스는 분명 이것들이 거추장스러운 물건이 되면 그들이 버려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임스는 이 짐가방을 여기저기 끌고다니면서 이동해야 했을테니, 많은 짐과 함께 느리게 이동했다간 무슨 결과와 마주칠지도 배웠을 것이다.


"무슨 책이지?" 계속 길을 걸으며 셜록이 물었다. 벌써 가로등 불빛이 밝았고 거리의 소음도 점차 커지고 있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네?" 제임스가 되물었다.


"네가 책을 아직 다 못 읽었다고 했잖아."


"아, 군주론이요. 그 책은..."


"마키아벨리가 썼지." 셜록이 대신 말해주었다. "몇 살이야?"


"열 두살입니다. 홈즈경."


열두살. 근데 마키아벨리라니. 흥미롭군.


"이탈리아어로 쓰인 원서를?"


"네, 그렇습니다. 홈즈경."


굉장히 흥미롭군.


그들이 복잡한 거리에 다다랐을때, 셜록은 단숨에 빈 택시를 잡아탈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음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셜록이 택시에 올라탔고, 제임스가 바로 뒤따랐다.


"누가 그 책을 골라준거야?" 셜록이 운전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준 후 물었다. 셜록은 베이커 가 라고 거의 말할 뻔 했다. 하지만, 아직은 안 돼. 아직은.


"제가 읽어도 좋다고 허락된 책 목록이 있어요. 세바스티안이 가지고 있었고요."


셜록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아티가 만든 목록이겠지, 분명히. 당연히 군주론이라면 그 목록에 있을법하고.


"이제 책 목록이 없으니까요," 제임스가 몇 초 뒤에 물었다. "제가 다른 책을 읽어도 될까요, 이제?"


셜록의 정신은 자신의 서재에 무슨 책이 있는지 탐색하기 시작했다. 군주론도 당연히 있다 - 물론 이탈리어 원서가 아닌 영어로 번역된 책이지만. 12살짜리 아이에게 적당한 다른 책들도 몇 권 있다. 다만 문제는 그 모든 책들이 마이크로프트의 보호아래, 다른 모든 셜록의 소유물들과 같이 창고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안 될 이유가 없겠지." 제임스의 질문에 셜록이 무심코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홈즈경."


셜록은 제임스가 그리 열정어린 게 놀라웠다. 게다가 자신은 새로운 문학작품들을 소개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보긴 어려웠고, 그저 제임스의 생각에 반대하지 않은 것 뿐이 아니던가. 셜록은 아이를 슬쩍 내려다 보았고, 제임스는 미소짓고 있었다. 셜록은 평범한 열두살짜리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앉아,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지루하게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십대들은 보통 독서에 그리 열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셜록의 동료들 중 누구도 정치학 서적을 원어로 읽는 것을 즐기거나, 끝까지 다 읽을 수 있게만 허락해달라며 매달리지도 않았다.


"매번 극존칭을 쓸 필요 없어. 셜록이라고 불러도 좋아."


"네, 알겠습니다." 제임스는 곧장 대답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셜록, 제 말은.. 죄송해요, 셜록."


셜록은 미소를 숨기기 위해 차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택시를 누군가와 함께 탔던 게 꽤 오래전 일었다. 물론 이게 다시 익숙해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1. 영어로는 5단어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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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음표 5nqz2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