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Bitenomnom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446714/chapters/764488

등급: Not rated

커플링: 셜록/존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직후 - 시즌 3 시작하기 이전의 시점입니당!


Chapter 1: 희미해지는 빛과 식어가는 공간


그 일은 나쁜 영화처럼 시작되었다:

천둥을 동반한 폭우. 쓰레기 하치장. 자포자기한 사람.

그러니까, 존은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지난 8달 동안 최대한 정중하게 전부 거절해왔지만, 이제는 사건도 하나 대충 맡겠다고 할 정도로 자포자기한 상황이었다. ("전 그저 셜록이 보는 것처럼 - 보았던 것처럼 상황들을 이해할 줄 몰라요. 세상 누구도 그렇게 못하겠죠. 죄송합니다.")

"앤드류가 기계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는데 돌아오지 않아요." 와 같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들릴 만큼, 존은 절망적이었다. 혹은 어쩌면: 말을 더듬으며 그 녀석이 돌아온다면... 그런 일이 벌어졌대도 그리 믿기 힘든 오래된 동화 같겠지만, 진짜라고 믿고 싶을만큼 존은 절망적이었다. 그리고, 똑같은 일이 존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면 존은 되려 안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좋다. 여행이든 뭐든 할 수 있다. 혹독한 고통이 뒤따르진 않을까? 하지만 최소한 고통은 흥미롭기라도 할테지.

그 기계는, 소문에 의하면 조종석이 빈 채로 돌아왔고, 찾아온 손님이 설명했던 것 보다는 좀 더 흥미진진하게, 무시무시하게 생겨먹은 전화기보다는 나아보였다. 존은 기계 안으로 몸을 구부린 다음, 눈에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가리고, 한 손으로는 좌석을 손전등으로 비추어 처음에는 그 자리를 조사했고, 그 다음에는 옆에 꽉 움켜쥔 듯한 흔적을 관찰했다. 살갗이 탄 듯한 흔적은 어느 곳에도 없군. 그렇다면: 여기 저기 움푹 패인 곳이 있고 - 불시착 한걸까? 이 기계는 조심스럽게 착륙한 게 아니라, 이 장소로 그냥 아무렇게나 던져진 듯 보였다.

존은 구부러진 프레임 위로 빛을 비추었고, 피가 흩뿌려진 흔적이나 티셔츠 조각, 아무것이든 찾고자 했다. 운전자가 앉도록 되어있는 곳 바로 뒷 쪽에 놓인 코팅된 작은 패널을 젖혀 열었더니, 전기선들이 사물함 안에서 흘러나왔고, 넷 혹은 다섯개의 끝부분들이 함께 묶여있었으며, 케이스로 뒤덮힌 공간 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서야 익숙한 게 나왔다: 어떤 선의 단자는 존의 휴대전화와 연결할 수 있게 생겼다: 이 선은 일반 콘센트에 쉽게 꽂을 수 있는 것이다 - 미국식이로군, 생긴 걸로 보아하니 - 그리고 또 다른 선들은, 다른 적당한 콘센트에 꽂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선의 단자는 전혀 알아볼 수 없는 형태였는데, 존은 그게 이 기계에만 쓰인 특별한 모양인것인지, 아니면 충분히 많은 콘센트 종류를 모르기 때문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잘 기록해두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다 - 어쩌면 누군가 다른 사람은 알지도 모르니까.

"글쎄요," 존은 혼자 중얼거렸다, "그럼 한번 해봅시다." 그의 눈을 휴대전화 화면에 고정한 뒤에 - 새벽 1:43 - 만취한 고객인 브라이언 티즐리로부터 대략 12시간 전에 얻을 수 있었던, 많지 않은 정보들을 되새겼다.



"그럼 당신은 이거 - 이 기계 - 에 대해서 뭐든 아는 게 좀 있습니까?" 존은 브라이언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 털어놓은 다음에 물었다.

브라이언은 손목 위에 눈을 고정한 채로, 자신의 손을 비틀었다. "어, 앤드류가 말하기로는 - 제 말은 - 절 위해 당신이 계속 찾아내 줄 거라고 약속했거든요. 이게 약간... 미친것처럼 들리겠죠... 하지만 전 거짓말 하는 게 아니라고 맹세해요."

존이 여기에 대고 대체 뭐라고 할 수 있겠나. "그래요, 당연히 그렇죠. 앤드류가 이 기계는 왜 만들어진거라고 했나요?"

"좋아요 - 앤드류가 말하기로는 - 난 잘 설명을 못하겠어요 - 그가 말하기로는 - 그게.. 그러니까.. 타임머신 이랬어요."

"당신이 '이게 미친것처럼 들리겠죠' 라고 말을 꺼낸 이유가 이해갑니다," 존은 약간 미소지어 보였고, 공책 위에 낙서를 끄적였다. 존은 방금 심장이 세 번 쯤 박동하지 않고 멈춘 채 건너뛴 걸 느꼈지만, 속으로 삼켰다. 브라이언의 입술이 불안하게 떨리는 것을 올려다 보았을 때, 존은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살펴보겠다고 약속드렸잖아요, 그쵸? 우리가 맡았던 가장 흥미로운 사건들 중에서는..." 존은 말끝을 흐리며 공책을 다시 살펴보았고, 다른 글귀를 끄적이는 척 했다. "그러면 그건 지금 어디에 있죠?"

"여기, 쓰레기 하치장에 버렸어요." 그는 주소와 숫자가 적힌 종이 쪽지를 내밀었다.

"버렸던 그 장소에 분명히 있을 거예요."

"앤드류의 집 한복판에요?" 그는 화가 난 듯 씩씩대며 말했다. "그게 갑자기 펑 하고 나타났을 때 저 혼자 있었던 건 잘한 일이었어요 - 음, 폭발하면서 나타났다는게 좀 더 맞겠죠. 내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무슨 일을 했을지 상상도 할 수가 없어요." 그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길게 내뱉었다. "그게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랐거든요. 만약 폭발해 날아가면 어째요? 그게 어떻게 동작하는지도 저는 몰라요. 그래서 꼭 끄집어내 치워야만 했어요. 왜냐면, 저도 그 집에 살거든요."

"그럼 제게 주소를 주시겠어요? 어쩌면 직접 들러 둘러볼지도 모릅니다." 존은 새로운 페이지로 넘긴 공책을 브라이언에게 내밀었다.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고,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어 주소를 휘갈겨 적었다. "그냥 당신도 아시겠지만요..난...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제 말은, 그게 거의 그러니까... 제가 그냥.. 제가 그렇게 한 것 같이 보이겠지만, 마치 제가... 그를 죽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나 지어낸 것처럼 보이겠지만, 앤드류는 그 때..."

"괜찮아요. 우리가 - 제가[각주:1] 뭔가 찾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처음엔,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믿어지세요? 그 기계 말이예요. 동작하는지 확인해보고... 그리고 앤드류를 찾으려 하거나... 있잖아요, 참 멍청하게 들리겠지만, 당신이 이런 걸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존이 미소지었다. "오늘 밤에 가서 확인해볼께요. 저와 함께 따라가보시겠어요?"

"아뇨," 브라이언이 몸을 떨었다. "쓰레기 하치장은 저한텐 너무 으스스한 곳이예요. 뭔가 발견되면 제게 전화주세요, 알았죠? 아니면 저희 집에 들리시거나요." 그는 존이 들고 있는 종이위에 적힌 자신의 주소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하루 종일 집에 있을께요."



그래서 여기, 그의 쓰레기 하치장에, 그렇게 존이 도달한 것이다. 존은 전의를 가다듬고 휴대전화를 플러그에 꽂은 뒤, (혼자 생각해봐도 지나치게 희망에 가득찬 채로, 그리고 너무나 명백히 멍청하게도) 시계의 분침이 몇 초간 앞이나 뒤로 움직이지 않을까, 혹은 시침이 몇 분 정도 앞뒤로 윔직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 대신에, 휴대전화의 화면은 까맣게 나가버렸다.

"머저리같군 - " 존은 휴대전화의 전원 버튼을 꾹 누르면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아무 일도 없다.

글쎄, 이건 터무니없는 짓이었다. 여기 오기 직전에 휴대전화를 충전해 두었다. 이 일을 하는 도중 지나치게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거나, 전화를 엄청나게 해야 된다거나, 인터넷 페이지 검색을 터무니없이 많이 해야만 할 경우를 대비해서.

예외가 있다면 - 사실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계의 한 칸 안 쪽에서 녹색 LED 불빛 하나가 반짝이다가 들어왔다. 존은 그의 귀를 그 덮개 위에 대고 희미하게 회오리 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그는 손전등을 좌석 앞에 놓여있는 계기판 위로 비추고 - "3.4%," 작은 화면 위의 숫자를 읽는다.

존은 선을 뽑아서 휴대전화를 주머니 속으로 다시 넣었고, 입술 위로는 삐죽이는 듯한 웃음이 살짝 올라왔다. "허."


***


플랫으로 돌아오는 여정은 너무나 느렸다.

하지만 시간은 항상 이상한 것이기 때문에, 존에게는 액체와 비슷한 것이었고, 자주 시간은 너무나 느렸다 - 아니면, 따갑게 흩날려대는 모래와 바람을 등지고 서 있을 때에는, 충분히 느렸다.

셜록에겐 시간이 느리게 움직이지 않았다. 셜록과 함께 있는 것들은 모두 빨랐고, 그러니까 이건 전혀 공평하지 않고, 예전의 일년하고도 반년간 그들이 함께 지내왔던 시간이 그리도 짧았던 것에 비해, 지난 8개월은 이렇게까지 느리게 갈 수도 있는 건가?

택시를 타고 가는 이 길은 그저 충분히 길어서, 존이 기운을 차릴만한 좀 다른 이유들을 생각해보고자 노력하게끔 만들었다 - 이것은 이 사건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존은 부당하게 체포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한 발짝 더 다가서곤 하는 - 그리고 이런 노력이 무용지물이라는 걸 깨닫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실망에 대해 대비해두는 것이다 - 그 기게는 사실 어떤 종류의 비디오 게임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거나, 아니면 완전히 고장났다거나, 어떤 엉큼한 범죄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한 화려한 장난감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의 실망. 어쩌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어쩌면 앤드류는 그 기계를 버렸고 아무 동네로나 도망갔으며, 브라이언 혼자서 그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브라이언이 자켓을 다시 입는 동안, 존은 왜 앤드류가 이런 타임머신 같은 기계를 만들고자 했는지 물어보았다. - 돈을 벌려고? 과학적인 호기심 때문에?

"앤드류의 아내가 죽었거든요." 브라이언이 말했다. "앤드류가 아주 크게 상심했었죠. 그 기계를 개발하려고 15년이나 보냈고요."

"앤드류가 물리학자였습니까? 공학자였다거나?"

"저도 몰라요, 어쩌면 그랬을 수도요. 그는 정말로 젠장맞을 천재였어요. 모든 걸 다 알았죠."

"별로 그런 것 같이 안 보이는데요," 존이 중얼거렸고, 브라이언이 고개를 흔드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목소리가 브라이언에게 들렸을 거라 확신하지 않고 있었다.

점차, 셜록의 죽음 이후로, 지지자들 중 느린 몇몇은 존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었다. 처음엔, 동정심으로, 존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나온 행동이라고 가정했다. 존이 자신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좀 더 기분이 좋아지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다: "미안합니다. 전 어떤 사건도 수사하지 않아요. 문제가 있을 경우엔 스코틀랜드 야드로 연락하세요." 댓글을 달던 몇 사람들은 계속 고집을 부렸다. "당신은 셜록에게 뭔가 배웠을 게 틀림없어요. 그는 내 남편의 사촌이 감옥에 들어가는 걸 막아줬단 말이예요, 당신도 알죠? 그가 모든 걸 밝혀내는 걸 제가 봤어요. 전 그가 가짜가 아니라는 걸 알아요. 제발, 왓슨 박사님 - 도와주실 수 없으신가요?"

그는 레스트레이드와 몇 차례, 맥주 한 잔 하기 위해 만났었다. "미안하지만 난 어떤 사건에도 당신을 끼워줄 수 없어요, 친구." 그가 존에게 말했다. "안 짤리고 붙어있는 것만 해도 행운인걸요."

"저도 압니다." 존이 말했다. "저도 이해해요." 어쨌든 존은 그런 주제로 넘어가고 싶진 않았다: 아니, 그런 주제로 넘어갔다면 셜록이 한번 훑어본 것만으로도 온갖 자세한 사항들을 자신의 어깨 너머로 이야기 하는 걸, 바보들과 이 명백한 단서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들을 수 있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또한, 존은 알고 있었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는 걸, 더 가까이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걸, 자신이 결국 레스트레이드에게 돌아가게 될테고, 그러면 존이 발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레스트레이드의 이마 위로 걱정어린 주름이 늘어날 뿐이라는 걸, 그의 심정이 무거운 낯빛을 만들거라는 걸.

대신, 존은 거의 규칙적으로 수술실에서 일했다. 존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 메리의 집, 그렇지만, 이건 진짜 집은 아니잖아, 안 그래? - 뭐라도 재미있어 보이는 뉴스를 찾곤 했다; 가끔은, 기억에 남은 의뢰인 중 한 명의 인터뷰 같은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오는 빈도로 봐선, 키티 라일리(Kitty Riley)의 이야기는 그렇게 오래 갈 것은 아니었다. 그 생각은 만족스러운 것이었지만, 존은 어째서 셜록이 모리아티의 거짓말들이 몇 달 안으로 모두 다 드러날 것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는지 생각하는 걸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셜록도 거짓말들이 다 드러날 것임을 알고 있었어야만 했다. 그런데 왜...

택시가 집 근처로 도달하자, 존은 훌쩍 뛰어내린 뒤 서둘러 계단을 올라갔다. 존은 자신이 여전히 굉장히 적은 시간 동안만 베이커 가로 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 가끔은 여기서 하루나 이틀 밤 정도 보내기도 했다 - 항상 혼자서, 이 곳이 마치 성스럽게 지켜내야 하는 성지인 것처럼, 아니면 셜록이 돌아오지 못한 바로 그 날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누군가가 오기 전 까지는 보존되어야 하는 범죄현장인 것처럼. 자신의 생각엔 이 두 가지 모두 맞는 말이었다. 성지이기도 했고, 범죄현장이기도 했다. 그는 종종 마이크로프트가 카메라를 설치해둔 영역들을 탐색했다. 마이크로프트는 존이 부탁하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고 이제 이 곳의 집세를 전부 부담하고 있었다. (물론 존은 부탁하지 않았고, 정확히는 마이크로프트가 몇 달전 존에게 문자메세지로 보내온 내용이었다.) 마치 이게 존에게 어느 정도는 사과라는 듯이. (어쩌면 이건 셜록에게 사과하는 일인지도 몰랐다 - 존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오늘 밤은 베이커 가로 돌아가기 딱 좋은 그런 때 같다... 셜록과 살짝 교류하기 위해서, 어떻게 보고,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 기억하기 위해서. 어쨌든 그가 평소 머무르고 있는 메리의 집으로 가기에는 지금은 굉장히 늦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자고 있을 것이다. 그녀도 이 곳에 함께 오고 싶어 한다는 건 확신하고 있었다. 존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녀의 눈빛이 흥분으로 빛이 났던 걸로 봐서는.

"약간 설득력이 없네, 그치?" 그녀는 킥킥웃었고, 음모를 꾸민 거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존은 말할 수 없었다. 입을 잠깐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메리의 입술은 함께 당겨졌다가 미소지으며 당겨졌다; 슬픈 미소로. 메리가 가진 제일 사랑스러운 점은, 존은 생각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존을 애석함 바깥으로 끌어내려 애쓰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녀는 우아하게 그 점을 다뤘다. 그녀는 존에게 셜록이 어떤 걸 원했겠냐고 묻는 일 따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존에게 베이커 가로 함께 가고 싶다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비록 존은 그녀가 오고 싶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신문들이 셜록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뒤에, 그녀는 존의 블로그를 읽기 시작했고, 일종의 팬이 되었다. 그게 존이 그녀를 만나게 된 계기는, 이상하긴 하지만, 아니었다.

오늘 밤, 그렇지만, 그들은 완벽히 평범한 저녁시간을 보냈다. 포장해온 음식과 거지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서. "행운을 빌어." 그녀는 랩탑 너머로 자켓을 입고 있는 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말 - "너 정말로 그 쓰레기 하치장에 가서, 아마도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은 남자가 말한 그 타임 머신 이라고 부른 걸 찾으러 가는 중인거야?" - 은, 한 단어도 꺼내지 않았다. 그 대신, "11시 전에는 올 수 있도록 해봐, 알았지?"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뭐든 필요하면 전화해." 그리고, "나중에 봐, 자기."

존이 말한 것은, "아마 하루나 이틀 밤 정도 걸릴 거 같아."

"알았어." 그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고,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여기 이렇게 존이 와 있다, 다시 221B로, 비록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공기를 폐에 붙잡아두어 자신에게 속속들이 스며들 수 있도록, 일상이 되도록: 존은 이것을 연습이라고 생각했다. 존은 관찰하는 것을 연습했다, 여기에서, 왜냐하면 그건 이런 저런 것들을 기억하는 것 - 존의 혈관이 뜨거워지게 만들고 불편하게 박동하도록 만드는, 신경을 쏘아대는 그런 기억들보다는 더 많이 사용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기억들 중에, 셜록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사과 7개를 안락의자 위에 올려놓고, 조각에 등급을 하나씩 매긴다음, 거기에 그대로 두고 의자 주위를 돌면서, 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결과들로 이뤄진 사건은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강의를 존에게 했었다. 셜록의 설명에 따르자면, 최소한, 이런 것들은 가끔은 스프레이가 뿌려지는 영역과 같았다. 한 번은 "물이 제 갈길에서 벗어나" (셜록의 표현이다.) 존의 얼굴로 뿌려지면,  존은 100%의 확률로 그게 의도된 것이라 생각했고, 랩탑의 덮개를 닫은 뒤 옆으로 밀어두고 자리에서 일어서 스프레이 병을 쥔 셜록의 손을 비틀었다. 그 때부터, 존은 자신의 플랫메이트의 얼굴을 향해 8번 물을 뿌려댔다. 셜록이 존의 손에서 다시 스프레이 병을 빼앗아 오기 전까지. 그리고는 존의 점퍼 위에 물이 묻었다는 걸 알려주곤 했다.

존의 점퍼가 마를때쯤, 그들은 그 사과들을 모두 먹었다 - 셜록은 굉장한 정력으로 모두 갉아먹었다.

"씨앗이 있는 부분이 어떻게 점차 나빠지는지 충분히 측정했어." 그가 마지막 한 개를 입 한 가득 물고는, 마지막 한 개의 사과 씨앗 부분을 의자 위로 던져두면서 말했다.

"그래," 존도 동의했다. "이건 무슨 사건을 위한 거야?"

"별로 안 중요한 거." 그는 대답했다. 존이 다른 질문을 더 던지는 대신 생각하도록 만들기 충분할 만큼 재빠르게. "쉬운 사건이야. 레스트레이드가 나에게 '힘내라고', 그 일 이후에 --"

"모라아티의 선고 공판 후, 그래."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고, 존은 생각했다. 그가 약간 주의를 기울인 방식으로 보아서는, 마치 존에게 뭔가 중요한 걸 이야기 하려는 듯 싶었다고. 그의 눈은 넓어져 있었고, 편히 쉬고 있었으며, 홍채는 마치 카메라 렌즈처럼 조였다가 풀어졌다. 마치 평범한 눈이 볼 수 있는 것 보다 더 깊은 것들을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 처럼. 셜록은 입을 열고 자신의 의자를 한 차례 본 다음 말했다. "재고해봤는데, 이거 전부 다 바꿔야 할 것 같아."

"너- 왜?"

"이번 사건은 중요해." 셜록이 재빨리 낚아챘다.

"하지만 네가 막 그랬잖아 -- "

"우유가 필요해, 늘 그렇지만. 안 그런가?"

"셜록, 오늘 난 벌써 한 차례 널 위해 슈퍼에 다녀왔다고-"

"내가 갈거야, 당연히." 그리고 셜록은 재빨리 나갔고, 존이 안락 의자 위에 놓인 사과 심지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게 만들었다. 존은 이걸 다 집어던져 버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아마도 셜록이 실험의 일종으로 이것들을 남겨두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상기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6개의 사과 심지가 쓰레기통에 들어있는 걸 발견했다.

존은 숨을 내뱉고 다시 한 번 더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크게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여섯개의 사과 심지: 이것은 관찰과 발견이었다. 하지만 이 기억은, 발견이 아니었다. 이렇게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지금 존이 여기 와서 하려던 게 아니었다. 이는 존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게 만든 이유이긴 했지만, 고개를 똑바로 들고 단순히 사실을 관찰하려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소파의 팔걸이에는, 썩어버린 사과가 없었다. 사실, 의자는, 완벽하게 청소된 상태였다. 글쎄, 이제 더 이상 깨끗하다고 하긴 어렵다: 얇게 먼지가 한 겹 쌓여있었다. 만약 셜록이 먼지가 쌓여있는 패턴을 본다면, 셜록의 바이올린과 해골이 지난 여덟달 동안 그대로 놓여있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라고 존은 생각했다.셜록은 아마도, 현미경이 놓여있던 자리에 어쩌다 한 번씩 접시가 놓였다가 치워졌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현미경도, 화학실험 도구들도 허드슨 부인의 손에 박스에 담겨진 뒤 기부되었다는 사실도. 셜록은 아마도, 찬장 속의 접시들의 상태와 배열을 보고서 어떤 나쁜놈[각주:2]이 차를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존은 수 차례 그렇게 차를 사람 수 보다 많이 만들었고, 이는 차가 증발하는 걸 지켜보는 실험으로 이어졌다. 찻잔 안에는 둥글게 차가 담겨있던 흔적이 남았다. 셜록은 아마도, 물이 모든 걸 쓸고 내려간 뒤에도 남아있는 그 자국이 얼마나 훌륭한 증거가 되는지 되짚어 주었을 것이다. 존은 이게 젠장맞은 할일거리 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단순히 흔적을 문질러 없앨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안 그런가? 이런 것들은 모두 증거다. 데이터이다. 차가 이 안에 담겨있었지만, 이제는 없다는 데이터. 증발 때문이지, 당연하게도.

존은 계속해서 관찰하며 거실을 거닐었다. 창문에는 지문이 뭍어있다; 존의 지문이라기엔 너무 크다. 존이 일부러 지문을 닦지 않고 내버려둔 것은 아니었다; 한동안 창문을 청소하지 않았는데, 그리고 그렇다는 것을 반년 전부터 알아채고 있었으며, 이제는 그 지문이 관찰 연습의 대상이 되었다. 관찰 연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지금 당장 지문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안 그런가? 셜록은 일곱번째 사과 심지 관찰을 마치지 못했다. 존은 셜록의 방에서 짧은 시간만 머물렀지만, 7개월 정도 썩은 듯한 끔찍한 냄새를 맡자마자,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와 테이블 옆에 붙어있는 사과 심지를 곧장 찾아냈다.

그러니 존은 전혀 냄새가 나지 않는 지문 따위를 빌어먹을만큼 오랫동안 내버려 둘 수 있을 것이다. 존은 좀 더 가까이 몸을 기울여 지문을 관찰했다. 너무 숨을 크게 쉬지 않으려 노력했다. 커튼을 관찰했고, 중간 아래 부분에 이상하게 조각난 것들을 꽤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알아챘다.

"그게 어디서 온 거지?" 존이 셜록에게 물었다. 그가 찢겨진 부분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의 입술 끝자락이 내려갔다.

"수요일, 8월 4일. 솔직하게 말이지, 존. 거실을 내내 돌아다니면서도 어떻게 7주나 지날 동안 뭔가를 알아채지 못할 수가 있는 거야?"

존은 대답하지 못했고, 더 이상 질문하지도 못했다.

존은 자신의 의자를 관찰했다: 언제나 그랬듯 여전히 같은 장소에 놓여있었다. 의자 다리는 바닥의 카펫에 깊숙히 파묻혀 있거나 딱 달라붙어 있을것이었다. 몰론, 그런 현상은 거실의 모든 고정된 물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존이 베이커 가에 머물렀을 때, 마치 자기 자신이 유령과 같다고 생각했었다. 아무 것도 움직일 수 없고, 가구에 굉장히 희미한 자국조차도 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은 꽤 고요했고, 마치 한 밤중의 교회처럼 고요하다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 시간에는, 카펫 위로 무겁게 발이 눌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전에는, 바로 이 시간이 셜록이 가장 되찾고 싶어하던 시간이었으며, 바이올린을 켜곤 했다 - 모두들 잠에 막 빠져드는 시간인데도. 존은 완벽하게 고요한 채로 잠드는 게 굉장히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메리가 도와주었지만. 메리의 집에서 존이 머무르던 때엔, 그녀의 가벼운 숨소리가 들렸고, 어둡고 고요한 와중에 종종 존 아래에 깔려있던 이불을 그녀는 다리로 걷어찼다. 여기, 베이커 가에서는, 지금, 그런 건 없다. 그 사람 같은 다른 사람만이 오직 이런 장소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을거라고 존은 생각했다. 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와 런던에서 홀로 머물렀던 그 짧은 시간동안, 존은 점점 더 심각한 악몽을 꾸었던 것 처럼, 셜록이 죽고 난 뒤 고요한 집에서 홀로 잠들 때마다 다시 존의 악몽이 시작되었고, 악화되었다. 셜록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 마네킹이 아니라 셜록은, 거실 입구에 버티고 서있었다; 셜록이 베이커 가에 있던 시절에 셜록은 부엌으로 향하는 길에 비밀 함정을 만들었다. 셜록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셜록은 분명히, 존이 소음이 없을 때 굉장히 잠들기 어려워 한다는 걸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존이 터덜터덜 침실로 걸어 올라갈 때면, 셜록은 시끄러운 실험들을 행하곤 했다; 밤에는 혼잣말을 하곤 했다; 모든 사람들이 꾸벅꾸벅 졸고 있을법한 시간에 바이올린을 갑자기 켜고 싶어하곤 했다. 어느 날, 존은 자신의 안락의자에 앉아 조는 척 하고 실눈을 살짝 뜨고서, 셜록이 서투른 동작으로 냉장고에 있던 몇 가지 표본들을 정리하는 척 하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 바이올린은, 그렇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거실의 공기는 여전히 답답하게 꽉 막혀있었고, 통곡하는 소리가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셜록이 지붕에서 뛰어내린 후 몇 주 뒤에, 메리는 위로차 존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존이 해리 - 혹은 다른 누구든 - 만나며 한동안 221B를 떠나있으려고 하던 그 시기였다. 마이크로프트는 도움을 요청한 적이 한 번 있었고, 존은 마이크로프트가 이미 자신의 대답을 알고 있을 거라고 답했었다. 존과 메리는, 그래도, 잘 맞았다.

"굉장히 끔직했겠다." 그녀는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말했다. "거기 사는 게... 그러니까... 그 일이 있은 뒤로는..."

"맞아." 존이 대답했다. "다른 장소에 머무르면 더 좋겠지만, 아직 찾지 못했어..." 존은 당연하게도, 진짜로 베이커 가를 떠나고 허드슨 부인을 떠나, 다른 누군가가 이 곳에 머무르는 걸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때는 이번 달 방세가 이미 지불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이크로프트의 문자 메세지를 받기 전이기는 했지만.

"내 집으로 들어오는 건 어떻게 생각해?" 그녀가 제안했고, 두 뺨이 발그레해졌다. "그런 건 아니고, 내 말은 - 나한테는 편안한 소파가 있어. 며칠 밤 정도는 네가 와서 자도 좋을거야."

"그런 게 아니라니?"

"아! 글쎄 - 네가 원한다면, 그런 것일수도 있고." 그녀가 웃었다. "난 그냥 ... 네가 그런지 아닌지 몰라서... 그러니까 내 말은..."

"뭐?" 존은 '게이' 라는 단어를 듣게 될 거라고 어느 정도 짐작했다.

"있잖아, 만약 네가.. 네 친구가 그렇게... 됐으니까 그 후로 어쩌면 네가 여전히 ..."

존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렸다. "맞아. 음.. 맞아. 어쩌면 천천히 가는 게 더 나을지 모르겠어. 편안한 소파라면, 뭐." 존은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메리도 함께 미소지었다. "존", 그녀가 존에게 슬쩍 기대며 말했다. "키스해줘."

그리고 존은 그렇게 했다.

존이 지금 이 곳에 머무르는 동안, 기억들은 더 이상 제자리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존은 베이커 가를 방문할 때마다 그렇다고 수도 없이 많이 생각하곤 했다. 그게 죄책감없이 떠올릴 수 있는 생각들 중 하나였는데, 왜냐하면 그건 베이커 가에 대한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셜록의 의자를 오래 응시하는 동안, 어떤 수수께끼 하나가 떠오르는 순간은 조금 이상한 순간이었다. 가끔, 존은 다른 장소에서 그 일이 일어나는 걸 생각해봤다; 한 번은,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는 걸 상상해봤다. 메리는 약간 자신감을 갖고, 기대오면서, 존이 하지 않은 어떤 일을 알고 있다는 듯이, 키스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눈빛을 하고, 존은 그래서 그걸 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존은 아무것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가끔 이렇게 다시 하고 싶어질 것 같다는 생각만 했을 뿐. 메리는 반짝이는 입술을 매만지며 뒤로 물러섰다.

존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입술을 축였고, 휴대전화를 충전기에 꽂은 뒤, 휴대전화의 사진을 랩탑으로 옮기기 위한 케이블과 비교했다 - 안 좋아. 음, 랩탑을 가져와 그것으로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휴대전화를 그 기계에 꽂아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셜록은 이러한 비과학적인 과정들에 대해 아마도 비웃었을 것이었다 - 좋아. 어쩌면 완전히 멍청한 일들을 충분히 저질렀기 때문에, 셜록이 어쩌면 돌아와 그만두라고 말해줄지도 몰랐다 - 비과학적인 찻잔에 차가 담겨있었다는 걸 알려주는 둥근 테두리라던지, 치워버린 현미경이라던지, 창문에 남겨진 지문을 보존하기 위한 좀 더 적합한 방법이라던지.


***


새벽 2:54, 존이 쓰레기 하치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존은 눈을 감고 셜록이 추락하는 것을 상상했다. 얼마나 더 오래전으로 갈 수 있을까, 만약 정말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셜록이 시킨 것들을 무시할 수 있을까? 셜록이 뛰어내리는 걸 바라보지 않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존이 그 옥상으로 어떻게든 올라가, 셜록이 옥상의 가장자리에 올라서기 전에 뒤로 끌어내릴 수 있을까?

셜록은 성 바츠 병원을 떠나는 걸 거부할 수도 있었다. "허드슨 부인은 괜찮아," 그리 말했을 것이다. "아니면 어쩌면 네가 걱정했던 걸지도." 버킹엄 궁에 있던 마이크로프트에게 이야기해서, 만약 셜록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면, 망할 셜록의 입을 쳐닫게 만들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린 애들러의 일처럼 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셜록은 이 일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걸 상상해보았다). 납치되던 그 날 밤[각주:3], 존은 자신의 권총을 챙겨 사라의 집으로 향하다가, 길모퉁이에서 기다려 모리아티의 부하와 모리아티를 쏘아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 전 날, 셜록에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짐 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여기에 올 거고, 네게 번호를 슬쩍 남기려고 할꺼야. 그 사람이 떠나거든, 찾아서 죽여버려."

셜록은 당연히 그렇게 할 리가 없다. 분명 존 스스로 해치워야 했을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납치되지도 않고 폭탄이 잔뜩달린 옷을 입지 않았다면, 그 날 밤, 뒤이어 일어난 일들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셜록은 분명히 깊은 생각에 잠긴 채로 소파 위로 자신의 몸을 던지듯 앉았고, 그러니 존 역시 자신의 안락의자 위로 몸을 뉘였다. 이 날 밤의 사건은 너무나 이상했고 존은 지쳐있어서 잠들기 어려웠다. 존의 폰이 울렸다: 사라에게 문자 메세지가 도착했다. "존, 무슨 일이야?" 라는 메세지. 7번의 부재중 통화. 13개의, 처음과 똑같은 메세지. 존은 머리를 뒤로 젖힌 다음, 말해야 할지 말지 심사숙고했다. "미안해, 셜록보다도 훨씬 더 미친 어떤 놈 때문에 내가 복화술사 겸 자살폭탄범이 되어야 해서 좀 바빴어. 나중에 이야기 해줄께." 라고 하거나, 아니면 "아, 우리 내일 밤에 만나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라고 할 수도 있었다. 두번째 문장이 당연히 더 보내기 쉬웠다. 존은 고개를 갸우뚱한 다음 입술을 핥았고, 최대한 정중한 방법으로 말하기 위해 애썼다.

"그거 이리 내." 셜록이 눈을 감고 뒤로 벌렁 드러누운 채로 한 쪽 팔을 뻗으며 말했다.

"그냥 사라한테 온 거야."

"그러니까." 셜록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존, 네 휴대전화. 당장."

존은 약간 부들거리는 다리를 느끼며 거실을 가로질렀다. 어쨌든 존은 셜록과 말다툼 하기엔 너무나 지쳐있었다. "왜 필요한데?" 존이 질문했고, 셜록의 긴 손가락이 휴대전화를 쥐었다.

"넌 지금 명백히 흔들리고 있고, 뭐 이해할만한 상황이긴 해. 이상적으로는, 우린 갑작스레 움직이는 행동이나 소음을 최소화해야해 - 네 휴대전화에서 나는 소리들까지도."

존은 짜증이 나서 눈을 한바퀴 휙 굴렸다. "그러는 너는?" 셜록의 휴대전화는 자연스럽게도 이 규정에 대해 예외가 될 터였다.

셜록은 메세지를 지웠고 모리아티의 분홍색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꺼낸 다음, 무음모드로 바꾸어 존의 휴대전화 위에 올려놓은 다음, 소파 쿠션들 사이에 깊이 집어넣었다.

"그러니까 넌 이 모든 것들로부터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거지?" 존은 자신의 안락의자로 되돌아가 앉는 위험을 택하지 않고, 테이블 위에 앉았다.

"존, 너-"

"좋아, 내가 농담하는 건-" 존은 테이블 위에 앉으면서 무릎을 굽혔고, 셜록은 입을 열어 반항하기 위한 말들을 꺼냈다. "-당연히 네가 대상이지. 이해했어. 알아. 알고 말고." 다른 사람의 입은 꾹 닫혀있다. "하지만 사라한테 내가 괜찮다고 메세지 보내는 게 그렇게까지 하면 안 되는 일인거야? '삑' 소리 정도는 내가 직접 조절할 수 있다고, 셜록."

"아니, 그렇지는 않지." 셜록이 동의했다. "그리고 여전히 넌 네 휴대전화를 내게 준 상태고."

"응- 뭐... 음. 보통은 네 행동에 이유가 있으니까."

"이게 조만간 순환논리에 빠지게 될 것 같군," 셜록은 유연하게 손목을 흐느적거리고 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친절하게 입 좀 닥쳐줄래. 난 생각을 좀 해야겠어."

"뭐에 대해서- 모리아티? 내버려둬, 셜록."

셜록의 눈꺼풀이 마침내 살짝 떠졌고, 말하면서 콧구멍이 약간 벌름거렸다. "그의 다음 번 공격이 뭔지 알아내는 게 지금으로썬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 존? 그가 널 다치게 할 수도 있어ㅆ - 그가 정말 심각하게 파괴적인 일을 저지를 수도 있었다고."

당연히, 존은 그게 무슨 일을 가리키는지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이 오늘 밤에 일어나지는 않을거야." 어쩌면 존은 그 때 셜록이 계속 생각하도록 내버려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셜록은 문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해결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모리아티의 위협이 무엇인지 깨닫고, 싹을 잘라버릴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면 네 제안은 뭐지? 내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좀 더 가치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야."

존은 백만가지 정도 이야기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존은 좀 더 의미있는 것을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파이 영화 한 두개 쯤 보는게 네게 치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가급적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골라. 애써 변명하는 네 모습을 관찰하는 걸로 추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지."

"당연하지." 존은 소파의 팔걸이를 잡고 뒤로 밀면서 일어섰다.

셜록의 얼굴에 거의 닿을듯 한 거리에 있는 존의 손을, 셜록은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존."

"응?"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 친밀한 사람과 가까이 있는 건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셜록은 꼼지락대며 말했다. 그는 일어서서 소파의 한 가운데 부분에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았다. "난 그런 행동의 응용 가능성에 대해서 시험해보고 있었어..."

"그래, 그래. 움직여 줄께." 존은 빈 공간으로 몸을 옮겼다.

"존?"

존이 대답대신 잠시 쳐다보았고, 곧 영화를 고르는 데에 집중했다.

"나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존은 셜록이 문장을 어떻게 맺을지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이 입을 닫고 있었더라면 하고 바랐다. "고마워." 라고 했으리라 상정했다. 하지만 또한 존은 만약 그 뒤에 다른 어떤 말이 올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신에, 하지만, 그 때 존은 그렇게 말했다. "나도 알아." 비뚤어진 미소를 짓고는, "넌 제임스 본드가 완전히 멍청이라고 생각하잖아."

셜록은 다시 미소짓고는 존이 들고 있던 리모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셜록은 그 뒤의 시간들을 베개 더미에 기댄 채로, 존의 허벅지 위로 긴 다리를 올려놓고, 발은 소파 쿠션과 존의 오른쪽 허벅지 사이의 틈으로 집어넣은 채로 보냈다. 셜록이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든지간에, 다시 들을 수 없었다.

고맙게도, 자신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고, 존은 그 쓰레기 하치장으로 돌아왔다. "좋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랩탑 가방을 아무렇게나 어깨 위로 던져 메고 택시에서 내렸다. 만약 그 기계에 휴대전화를 꽂았을 때, 기계가 충전이 됐던 거라면, 존은 어쩌면- 그 기계를 충전할 수도 있을지 몰랐다. 시도해보면 될 일이었다. 어쩌면 그 기계는 세발자전거처럼 뒤뚱거리다가 우스운 소음을 만들지도 몰랐다. 어쩌면 아무 일도 없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존은 A&E에서 잠에서 깨어나거나, 아니면 어쩌면 전혀 잠에서 깰 수 없을지도 몰랐다. 분명한 것은, 그가 바랐던 - 그가 정말로 바랐던 - 것이 바로 정확하게 이 기계가 만들어진 목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게 진짜로 동작하기라도 한다면 - 진짜로 동작한다면,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 대답하고 싶은 질문들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그냥 충전을 해 본 다음에, 만약에 그게 진짜로 동작한다면 -

만약 동작한다면, 이 기계를 켜고 되돌아 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존은 셜록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우앙아ㅏ 일단 너무 문장이 길고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가 등장하는 느낌입니다 ㅠ_ㅠ 설정도 좋고, 현재/과거를 오가면서 회상하는 것도 참 좋은 픽인데.. 너무 쓸데없이 있어보이는 문장들이야 ㅠㅠㅠㅠ 아이고.. 그래서 그런가 이 편은 무려 번역을 시작한지로부터 1년 하고도 2개월이나 걸렸네요 ㅠㅠ 혹시나 많이 기다리셨다면 죄송합니다 (...)

* .....는 분명 짧고 간단하며 이해가 빠른, 전공영어식 문장에만 익숙한 제 탓이겠죠. 어쩌겠어요 이공계 전공자가 다 그르치 머.

* 1편은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음... 2편 번역은 언제하지 ... 는 일단 1편 퇴고도 하기 싫어요 어떻게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 본문을 다시 보기가 두렵네요 흑흑 ㅠㅠ







  1. 으으 ㅠㅠ 우리가, 라고 먼저 운을 뗀 것은 여전히 셜록과 함께 다닐 때의 입버릇이 남아있기 때문이었을텐데 ㅠㅠㅠ 곧 제가, 라고 고친 존을 보니 짠내가 나네요 ㅠㅠ [본문으로]
  2. 이 나쁜놈은 존을 가리킵니다.. 설명은 바로 뒷 문장에 ㅠㅠ [본문으로]
  3. 셜록 103 에피소드 이야기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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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음표 5nqz2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