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prettyvk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1071940/chapters/2946601

등급: Explicit

커플링: 셜록/존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이후. 



Chapter 21: 6월 2일 - 셜록


이 모든 단계들 중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점은 존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존은 쪽잠이나 그냥 잠을 자고 있을 때 셜록이 깨우면 끔찍하게 짜증을 부리곤 했다. - 이게 셜록이 그들의 일기장에 적어놓은 내용이었다. 존은 대답으로,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정도로 끔찍하게 엉망진창인 수면 패턴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적어주었다. 셜록은 다시, 그건 전혀 끔찍한 게 아니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 대화는 두 페이지를 꽉 채워서, 몇 주 동안이나 이어졌다.

셜록은 존을 기다리는 동안 초조하게 거실을 서성인다. 연주 할 것도 아니면서 바이올린을 집어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가, 말 그대로 흥분감에 도취돼 들떠있다.

마침내, 마침내, 존이 일어났다고, 화장실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가 말해준다. 셜록은 주전자에 물을 담아 불 위에 올려둔다 - 그 책에는 셜록이 존을 위해 차를 만들어 주는 것을, 존이 꽤나 좋아한다고 적혀있었다 - 하지만 존은 주전자의 물이 끓기도 전에 주방에 왔고, 셜록은 단 1초도 더 기다릴 수가 없다.

"무슨 일이야?" 존이 하품하면서 묻는다. 셜록은 존을 거실로 끌고 나온다. "나한테 2분만 줄 수 있--"

"네게 이미 8시간이나 줬다고. 난 6월 2일이 될 때 까지 기다렸고 이제 6월 2일 하고도 7시 37분이야. 여기. 앉아."

존은 피곤한 기색으로 소파에 앉는다. "우린 보통 6월 2일을 기념하지는 않아, 알지?[각주:1]" 존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셜록은 대꾸하지 않고, 미리 인쇄해둔 온라인 의학 저널 페이지 위로 존의 손을 가져온다. 존은 자기 옆에 앉은 셜록을 쳐다본 다음, 다시 그 의학 저널을 쳐다보고, 그리곤 셜록과 의학 저널 사이를 몇 번 더 번갈아 쳐다본 뒤 짧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이거 전에 읽어 봤어." 존이 말한다. "선행성 건망증 환자에 대한 가장 길고 자세한 연구 결과를 펴낸 논문 중 하나잖아."

"그러니까 너도 미로에 대한 내용들을 알겠지." 셜록이 소리없이 커다란 미소를 지을 뻔 하다가 꾹 참고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그 환자는 꾸준히, 점점 더 빠르게 해답을 찾았지. 심지어 지난 번에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상태인데도 말야. 맞아, 마치 몸으로 직접 기억하는 거랑 같은 원리지. 그래서 너도 바이올린 연주 기법들을 새로 배울 수 있는 거고 점점 더 기술이 늘기도 하는 거고--"

"내 마인드 팰리스에 대해서 물어봐." 셜록이 얼굴에 가득 미소를 띈 채로 말을 자른다.

짧지만 충분히 드러날 만큼, 존의 표정에 무언가가 지나간다. 희망이 아니야; 아직은 아냐. 어쩌면 그 희망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이다.

"네 마인드 팰리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줘." 존이 조용히 묻는다.

"내게 음악실에 대해 물어봐." 셜록이 더욱 크게 미소지으며 묻는다.

"네 음악실에 대해 얘기해줘."

"내 피아노 위에 뭐가 있었는지 물어봐."

"피아노 위에 뭐가 있었는데?"

"아프기 전에? 아무것도 없었어. 피아노 위엔 아무것도 없었어."

존은 눈을 깜박이고, 혀로 입술을 축이고, 속삭이듯이 묻는다. "피아노 위에 지금은 뭐가 있어?"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셜록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새로 메세지를 적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도록 시도했던 첫 날 이후[각주:2], 셜록은 마인드 팰리스 속 피아노 위를 매번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다시 찾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뭔가 - 희미한 그림자 같았을 뿐이지만 - 처음으로 피아노 위에 나타난 날 이후로, 지금까지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다.

이건 치료가 아니고, 또 해결책도 아니다. 셜록은 피아노 위에 무엇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고, 그 위를 찾아봐야 한다는 것도 휴대전화 속 메세지에 적혀있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의미가 있었다. 발전. 셜록의 두뇌가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증거였다. 피아노 위에 무언가를 올려 두는 건, 지난 자신의 삶 절반 동안 중요한 것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 써왔던 것이기도 했다.

"이게 피아노 위에 있어." 셜록이 팔목에 새겨진 문신을 가리키면서 말한다[각주:3]. 그 다음에는 하트 모양과 화학 기호들로 만들어진 테두리와 그 안에 두 개의 문장이 들어있는, 가슴 위의  문신[각주:4]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거. 세 개의 새로운 기어ㄱ--"

셜록은 말을 마치지 못한다. 존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너무 세게 누르기 때문에.

괜찮아. 나중에 더 이야기 할 수 있을테니까. 그들에겐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들이 어디로도 떠나지 않을테니까.





* 끄앙 ㅠㅠㅠㅠㅠㅠㅠ 너무 감동적이죠 ㅠㅠㅠㅠㅠㅠㅠ 난 역시 해피엔딩이 좋은 거 같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노력해주는 셜록도 참 셜록답고 고맙고 찡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아.. 1편의 떡밥이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회수되고! 난 그냥 이 픽의 노예가 됐을 뿐이고! 커퀴내에 질식할 거 같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이제 진짜 안녕이네요 이 픽도! 그 동안 너희의 연애사 정말 재미있고 짜릿하고 즐거웠다 ㅠㅠㅠㅠㅠㅠ 이제 다른 픽에서 또 만나자 셜록, 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 셜록이 뇌염을 심하게 앓고 병원으로 실려갔던 날이니까요.. [본문으로]
  2. 1편에서 보면, 일어나서 휴대전화 메세지들을 쭉 읽어본 뒤 셜록이 자신의 문신 내용을 1페이지 짜리 악보로 작곡한 다음에 마인드 팰리스 안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나서, 그게 거기 계속 잘 있는지 확인하라고 전화기에 남겨놓는 장면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선행성 건망증으로 진단 받았다는 얘기. [본문으로]
  4. 으앜ㅋㅋㅋㅋㅋㅋㅋㅋ 세 번째 문장을 지워버린 건 좋은데 하트랑 화학기호들을 이용한 테두리라니 이건 너무 셜록과 존의 취향이 반영된 것 아닌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너어무 귀여워서 여기서 잠시 호흡곤란이 왔다고 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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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음표 5nqz2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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