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prettyvk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1071940/chapters/2797939

등급: Explicit

커플링: 셜록/존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이후. 



Chapter 17: 6월 27일 - 셜록



아래층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여러 목소리가 함께 들려올 때 즈음, 셜록은 방금 마인드 팰리스 내부 순찰을 마친 참이다. 목소리들은 너무 낮아서 단어를 구분해 내기는 커녕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곧 셜록은 그 목소리들 중 하나가 존의 목소리라고 확신한다. 마지막에는, 존은 그가 길게 머무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나가야 하는 동안에 셜록을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을 꺼리는 듯 싶어 보였다.

존이 돌아온 건 잘된 일이다. 셜록에겐 자신의 병세에 대해, 병원에서 지냈던 시간들에 대해, 그 모든 일이 시작된 오후에 대해 물어볼 것들이 한 다스쯤 있다. 존은 셜록이 일어났을 때 그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를 꺼리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 주제가 고통스러운 것인양. 왜 존에게 그렇게 고통스러운 주제인걸까. 막상 당사지인 셜록은 괴로워하기보단 당황스러워 할 뿐인데. 만약에...

만약에 셜록이 병원에 가기 이전의 기억들도 잊어버린 거라면? 만약에 셜록이 그 대단히 불쾌하고도 끔찍한 자신의 계획에 대해 존에게 말했었다면?

아니, 셜록은 그런 적이 없다. 그랬을 수가 없다. 그는 너무나 아팠고, 그 계획을 설명할 수 있었을리가 없다. 만약 셜록이 정신이 혼미해 헛소리를 해대며,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하지만 만약에 그렇게 헛소리를 했다면, 존이 듣고 뭐라고 생각했겠나? 존은 아내와 함께 있지 않고 여기 있기는 하지만, 셜록의 감정이 어떤지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게 너무 헷갈린다. 그리고 두렵다. 셜록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셜록은 퍼즐 조각을 너무 많이 잃어버려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셜록은 조심스럽고 희미한 빛을 내는 존의 눈동자도 좋아하지 않는다.

셜록은 어떤 질문을 첫번째로 던질지 결정하려고 애쓰면서, 무의식적으로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그리고 그게 존의 발걸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허드슨 부인이로군,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 부인과 같이 있어. 다소 가벼운 발걸음인데; 여자야. 발을 약간 끌면서 걷는데; 여기 별로 있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로군. 그녀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고 허드슨 부인에게 먼저 찾아갔어. 이 건물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집주인에 대해서도, 그래, 허드슨 부인과도 친한 사이로군. 셜록을 지켜보라고 존이 요청했단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래서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오는 거야. 이런 일을 맡을 사람은 딱 한 명 뿐이지. 소파에서 일어서면서, 셜록은 자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간다.

파자마를 입은 채론 메리와 대화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을 만날 때, 셜록은 가능하다면 드레스 가운을 대충 걸쳐 입곤 했다. 한 번은 수건 한장 밖에 걸치지 않은채로 고객을 맞은 적도 있었다. 그는 심지어 버킹엄 궁전에 갈 때도 그 똑같은 수건만 가지고 가릴 곳만 가렸었다. 하지만 이 방문객은 그런 평범한 방문객이 아니다. 그녀는 바로 그 여자- 셜록이 없었던 동안 존을 가져가겠다고 선언한 바로 그 여자다. 그 여자는 셜록에게, 결혼을 2주 앞두고 말했다. "당신은 어쩌면 존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결혼식 들러리이겠지만, 난 그의 아내가 될 사람이예요. 그 점을 잊지 마세요." 보아하니 그 여자는 셜록을 돌보도록 존을 내버려 둔 것 같다.

"셜록?" 허드슨 부인이 아파트로 들어서면서 부른다. "일어났니, 아가? 손님 한 분이 찾아오셨단다."

좀 더 괜찮은 옷을 입기 위해 입고 있던 옷을 허물처럼 벗어던지며, 셜록은 혼자 코웃음을 친다. 만약 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날 부르는 목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었을테고, 그랬다면 엄청난 지옥같은 혼돈이 찾아왔을 것이다. (잠에서 깬 뒤에 정신을 정리하는 게) 존이 함께 있을 때에도 힘든데, 존이 없는 상태로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그가 대답했다. "그녀에게 차라도 한 잔 대접해드리지 그래요?"

"난 가정부가 아니란다, 아가." 허드슨 부인이 대답했지만, 셜록은 자신이 옷을 꿰어입는 동안 허드슨 부인이 여주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메리에게 앉을 자리를 권하고 다과를 권하면서.

셜록은 완벽한 정장을 차려입는다. 심지어는 신발도 미끄러지듯 신는다. 가죽 위에 먼지가 있군; 며칠 동안 신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면서, 셜록은 충분히 괜찮아 보일 때 까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는다. 문 손잡이에 손을 얹고, 그는 크게 한 숨을 들이 쉰 다음 전쟁터로 향한다.

그는 먼저 건너편 주방에 있는 허드슨 부인을 지나고, 그녀는 셜록에게 다시 한 번 허락해준다,

"옷 차려입은 걸 보니 좋구나, 셜록." 그녀가 그의 팔을 가볍게 치면서 말한다. "인사를 어서 하는 게 어떻겠니, 네 차도 바로 가지고 나도 그리 갈거란다."

그는 걷고, 존의 의자에 앉아있는 메리를 보자마자 짜증이 솟는다. 허락했다. 그녀에게 다른 선택권이 있다면 그건 셜록의 의자에 앉는 것이고, 이건 전혀 더 좋은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셜록은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가벼운 목인사와 단 한개의 단어로 인사를 건넨다.

"메리."

그녀의 눈 아래에 짙게 자리 잡은 다크서클이 그녀를 더 늙어보이도록 만든다. 그녀는 다크서클을 가리려 짙은 화장으로 덮었지만 여전히 보였고, 그녀가 셜록을 관찰하면서 그녀의 눈길도 좀 더 어두워졌다.

"셜록. 다 좋아졌군요, 그래 보이네요."

셜록은 그녀에게 얇은 미소를 던진다. 보통 특별히 뭔가 멍청한 소릴  해대던 앤더슨에게만 보내곤 하던 바로 그 미소를.

"네, 당연히 그래 보이죠. 뇌염과 그로 인한 영향들은 사람이 옷을 차려입은 낌새로부터도 관찰 가능합니다. 그런 걸 알아채다니 얼마나 똑똑한지 모르겠군요."

일순간 화로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녀가 무슨 대답을 하려고 했든지간에, 허드슨 부인이 차를 두 잔 만들어 가지고 오면서 소리내지 못하게 된다. 허드슨 부인은 비스켓을 들고 싶은지 물었고 셜록은 거절했으며, 부인의 손을 꽉 잡고 비틀어, 지금 그녀가 떠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만든다.

"우린 괜찮아요, 허드슨 부인." 셜록이 날카롭게 대답한다. "안녕히 가세요."

부인은 책망하는 듯한 표정을 짓지만, 그건 분명 셜록이 예의가 없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떠난다.

"그래서, 존만 그런 건 아니군요." 메리가 자신의 컵 테두리를 입에 대고 중얼거린다. "당신은 허드슨 부인도 바보로 만들었어요, 또? 다른 누군가도? 당연히 당신의 형은 그런 행동으론 속지 않았겠죠. 그도 이 상황을 만드는 데 일조한거예요, 그럼?"

셜록은 점차 더 짜증이 나서, 차를 한 켠으로 밀어놓았다. "당신이 내가 아프다고 혹은 아프지 않다고 믿든 말든 내 상관할 바 아닙니다." 셜록은 날카롭게 말한다.

그녀는 정말로 그 말에 대해 건조하게 웃는다. 화가 난 웃음 소리.

"당신은 전혀 아파보이지 않아요. 아픈 듯이 말하지도 않고요. 당신은 그냥 당신이군요. 당연하게도 당신은 어떻게 해야 무례해질 수 있는지 잊어버릴 리 없겠죠. 아니면 존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잠시, 셜록은 선행성 건망증의 정의에 대해 설명해야 될지 생각한다. 지난 25일 동안을 모두 잊었고 대신 그 이전의 30년 동안의 매 순간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녀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그녀는 상처들을 볼 수 없고, 그러니 그녀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셜록이 무슨 말을 하든 그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셜록을 몇 달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셜록이 나쁜 소식이라고 결정했고 - 그리고 진실은, 셜록도 그녀에게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여기 왜 왔죠?" 그가 묻는다.

그녀는 옆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컵을 내려놓고 안락의자의 손잡이 가장 자리 위에 앉아, 두꺼운 서류봉투를 밀어둔다. 그녀는 셜록이 자신의 탁자 바로 옆에 앉기 전에 이 봉투를 꺼냈다. 허드슨 부인이 분명 가져왔을 것으로 보이는 우편물 더미 맨 위에 놓여있는 이 봉투를.

"난 이걸 존에게 주려고 온 거예요," 그녀가 우편물을 찌푸린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하지만 그냥 우체국에서 부쳐도 될 번 했던 것 같네요. 벌써 이 쪽으로 자신의 우편물들이 배달되도록 해 놓은 걸 보니 말이예요. 존은 정말 시간을 허투루 쓰질 않죠."

셜록은 대답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난 시간 순서들이 마음 속에서 그리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존이 베이커 가로 다시 돌아와 살기 시작한 일이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난 우리 둘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그 방식으로 존도 생각하길 바랍니다." 메리가 차가운 눈빛을 셜록에게 돌리며 말한다. "존은 2년 동안 당신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고, 당신은 한순간에 단 한 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고 갑자기 나타나서는, 마치 3일 정도 지났고 그간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굴었죠. 그리고 지금은 이렇네요. 당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도록 존을 꾀어내기나 하고. 의사라는 그의 직업을 수로 쓰다니. 그가 당신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수로 쓰다니.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엉터리 질병을 가지고서 존이 당신을 돌보도록 만들고 말이죠."

"당신은 틀렸는데." 셜록이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착각하고 있는 그 모든 이야기들을 들으며 귀찮아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녀가 갑자기 존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죄책감? 그게 존이 여기 있는 진짜 동기인가? 몇 달 전, 존이 셜록에게 소릴 질렀던 그 땐, 존이 셜록의 자살을 막을 수 없었던 일로 격렬하게 분노했던 일 때문이었지만 그건 셜록이 존의 감정이 그럴 것이라곤 생각해보지도 못한 그런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존은 의사다. 존은 당연히 이 병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안 그래?

"그에게 가정과 아내가 있다는 걸 1초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메리가 이젠 지치고 슬픈 듯한 목소리로 묻는다. "존이 이 모든 것에 대해 동의하기 전에, 가정과 아내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려 머뭇거리기라도 했나요?"

다시, 셜록은 그녀에게 해줄 대답이 없다. 그는 존이 질문을 했는지, 혹은 대답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당연히 그렇지 않죠." 메리가 일어서면서 말한다. "내가 대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 축하해요. 당신들 모두 둘이서 함께 굉장히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사기꾼이란 게 드러나 존의 가슴을 다시 반쪽으로 갈라놓기 전까지 말이죠."

그녀는 떠난다는 인사도 없이 떠났고, 셜록에겐 혼란스러움을 남겼다. 메리가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털끝만큼도 상관없는 일이다. 그녀가 만약 스스로 장님이 되길 원한다면, 그건 그녀의 문제일 뿐 셜록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도대체 어떤 의미로 그녀가 '존의 가슴을 다시 반으로 가를 거라고' 말한 걸까? 그리고 그 죄책감이라는 건...

"괜찮니, 셜록?" 허드슨 부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다. "괜찮아요," 그가 말한다. "그냥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은 멍청한 단어이고 만약 부인이 셜록을 잘 알았다면 셜록이 전혀 괜찮지 않다는 걸 알아챘을 것이다. 아니면 어쩌면 그녀는 셜록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부인은 셜록의 어깨를 토닥여주면서 셜록과 차갑게 식은 메리의 찻잔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녀가 널 화나게 만든 건 아니지, 그랬니 혹시? 메리가 직접 방문해보고 싶다고 했었어. 네가 어떤지 보고 싶다고. 어쩌면 내가 이 자리에 있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구나." 

"괜찮아요," 셜록은 다시 말한다. 그의 눈동자는 메리가 두고 간 봉투 위에 머무른다. 이혼 서류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존에겐 그녀가 왔다갔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그래봐야 화만 날테니까요."

부인은 부엌으로 향하는 길에 길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경우에는," 그녀가 컵을 씻으며 말한다. "난 존이 왜 메리와 결혼했는지 궁금해진단다. 메리는 사랑스러운 여자지만, 그 둘의 관계가 이런 식으로 끝나선 안됐어... 그녀는... 좋지 않아."

부인의 말은 셜록이 자신의 혼란스러움에 집중하는 걸 방해했고, 셜록은 부인의 말을 계속 듣는다. 그녀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자, 셜록은 참을성없이 곧장, "뭐가 좋지 않다는 거죠?"

허드슨 부인은 다시 거실로 돌아와서 작고 슬픈 미소를 짓는다. "메리는 네가 아니야, 아가. 그리고 난 존이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전에 상황을 알아차렸더라면 하고 바란단다."

그 말을 남기고 부인은 자리를 떠난다. 셜록의 당혹스러운 감정이 사그라들기 전에 부인의 발걸음 소리는 계단 아래로 점차 사라진다. 왜 모두들 그 둘이 그런 방식으로 함께 한다고 믿는 거지? 셜록이 여기서 놓친 건 뭘까? 어째서 존은 셜록에게 어떤 일로 하여금 자신과 존이 함께 지내게 되었는지를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그 이유가 역겨운 이유일 수도 있는 만큼, 셜록은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 존이 아닌 한 사람. 게다가 존은 이미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걸 보였다. 전화기를 집어 들면서, 셜록은 문자 메세지를 보낼까 생각하지만, 문자 메세지는 무시될 수도 있으니 전화가 낫겠다. 그는 번호를 누르고,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하기까지 단 한번의 발신음이 들린다.

"셜록? 너 괜찮지?"

그 목소리에 담긴 걱정은 셜록이 얼굴을 찌푸리도록 만든다. 셜록은 대답 대신 묻는다, "내가 집에서 머무르는 동안 어떻게 관리받을지에 대한 계약을 맺었던 그 장소에, 형도 있었어?"

아주 잠시 뒤에, 마이크로프트가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존이 너와 함께 살겠다고 동의할 때, 그리고 네가 네 신용자금을 존에게 급료로 주도록 싸인하던 때에 내가 있었냐고? 당연히 있었지. 왜? 무슨 일이니? 존이 마음을 바꾼게냐?"

존이 어쩌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바로 그 생각은 지금 이 순간까지 셜록의 마음에 떠오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당연히 존이 조만간 마음을 바꿀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안 그럴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종류의 삶에서 그가 얻을 수 있는 만족이 대체 어떤 게 있겠는가?

"존이 동의할 때 뭐라고 말했었지?" 셜록이 마이크로프트의 질문을 무시하며 묻는다. " 그가 동의한거야? 형이 존의 팔을 잡아 비틀기라도 했어? 형이 존에게 뭔가 말해서 --"

"난 그저 증인 정도에 불과했단다." 마이크로프트가 약간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말을 자른다. "그에게 부탁하라고 네가 결정했고, 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어. 사실상, 난 다른 대안들도 제시했지만 네가 전부 거절했지."

"하지만 존이 뭐라고 말했냐고?" 셜록이 밀어부친다.

"왜 존에게 직접 묻지 않고 나한테 묻는지를 모르겠군. 존은 '당연히.' 라고 말했어. 그 뿐이었지. 이제 그러니까 다른 무슨 일이라도 생겼니, 셜록? 난 지금 좀 바쁘고 --" 

셜록은 엄지손가락을 들어 전화를 바로 끊는다.

당연히.

당연히.

도대체 그 말이 무슨 뜻이야? 이건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만약 그게 무슨 뜻이 있다면, 그건 메리가 의심한 사실들을 확실하게 만들어준다 - 존의 결정에 메리가 끼어든 적이 없다는 사실. 하지만 정말로 안 그랬을까? 물론, 존도 메리에 대해 생각해봤을 것이다. 어쨌든, 존은 그녀와 결혼했다. 어쩌면 그 시점에 이미 결혼이 끝난 상태였을까? 셜록은 존과 메리의 결혼 이후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차렸지만, 좀 더 결혼이 오래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게다가, 그 둘은 함께 상담치료사를 찾아갔었다. 존이 말한 적은 없지만, 그건 꽤나 명백했다. 그러니까 왜 '당연히' 인거냐고?

그는 존이 돌아올 때까지도 전혀 대답을 찾지 못한다. 존은 너무 무거운 장바구니들 때문에 비틀거리며 걸어올라온다.

"좀 도와줘?" 셜록이 큰 소리로 묻지만, 그에 대한 대답이 없고, 셜록은 그를 관찰하며 본다.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만약 목소리를 내어 질문한다면 어떻게 질문해야 좋을지도 모르겠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존은 셜록을 힐끔 쳐다본다. 즐거움과 격분한 그 사이 어디쯤의 표정으로. 하지만 그는 도와달라는 말 없이 구입한 물건들을 냉장고와 찬장에 던져넣는다.

"옷을 잘 차려입었네." 존은 대신 그렇게 말한다. "우리 어디 나가는 거야?"

'우리'. 이게 뭔가 의미하는 단어일까? 글쎄, 이건 당연히 존 없이는 셜록이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데, 그럼 그게 아니면 무슨 뜻인거지?

"아니, 그냥... 파자마가 아닌 걸 좀 입고 싶었어."

부엌 정리를 마친 뒤, 존이 거실로 온다.

"음, 네가 옷도 차려입었으니, 우리 어쩌면 저녁 먹으러 나서는 건 어떨까 싶은데." 탁자 위에 편지가 있는 걸 알아채고는, 존은 쌓여있는 우편물들을 뒤적이며 봉투들을 살펴본다. "넌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이후론 밖으로 나간 적이 없거든," 그가 무의식적으로 말한다. 대부분의 우편물들이 그 두꺼운 봉투보다 아래쪽에 놓인 채로, 다시 탁자 위에 놓인다. 그 두꺼운 봉투를 열며, "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네게 도움이 될거야."

셜록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신, 우편물을 읽는 동안 존의 눈썹이 이마로 올라가는 것을 지켜본다. 곧, 하지만, 존은 얼굴을 찌푸리고, 입술을 꾹 닫고, 손을 떤다. 화가 났다.

화가 난 것이다. 이혼 서류들 때문에. 자신이 집에서 이 곳으로 어떻게 이사왔는지를 봤을 때, 존은 얼마 안 돼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존은 자신이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메리와 계속 잘 지낼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걸까?

이게 마이크로프트가 아까 전화할 때 존이 셜록과 함께 살겠다고 했던 마음을 바꿨냐고 물었던 이유일까?

셜록의 가슴 속에서 통증이 점점 자라나, 약간 숨쉬기 어렵게 만들고, 존이 그 서류들을 다시 봉투 안에 집어넣고 이전보다 좀 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래서, 저녁은?" 이라고 묻는 말에 대답하기도 약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분명 존은 셜록과 바깥에서 저녁을 먹고 싶어하지 않는다.

"미안해," 셜록이 중얼거린다. "난 피곤해서. 지금 자러 가는 게 좋겠어."

이건 존을 위해 했던 거짓말들 중에서 가장 나쁜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존은, 언제나 그랬듯,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존의 신경은 여전히 메리가 두고 간 봉투에 쏠려있다. 존은 셜록이 일어서서 방으로 가는 걸 알아챘는지도 의문이다. 셜록은 자신의 침실에서, 문을 닫고 그 뒤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는다. 메리는 틀렸다. 허드슨 부인은 틀렸다. 존이 어쩌면 셜록을 친구 이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 셜록도 포함해서 - 모두 다 틀렸다. 그리고 셜록은 남은 자신의 삶 동안, 이 가슴 아픈 진실을 잠에서 깨어날 때 마다 매번 새로 배워야만 한다.

아주 오래, 오래 동안, 셜록은 침대 맡 탁자에 있던 수면제가 담긴 병에 대해 생각한다. 몇 개나 먹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서. 마침내 셜록은 약의 도움 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셜록은 존의 죄책감을 더 무겁게 하고 싶지 않았다[각주:1].




* 비인님이 짚어주셔서 새로 발견했는데요, 지난 4장이랑 같은 날의 이야기로군요 ㅎㅎ 짚어주신 비인님 감사합니당!





  1. 존이 종종 이전 편에서 수면제가 든 통에 몇 개의 약이 사라졌는지 세곤 했었으니까요... 끙 불쌍한 셜록 ㅠ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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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물음표 5nqz2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