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prettyvk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1071940/chapters/2718259

등급: Explicit

커플링: 셜록/존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이후. 



Chapter 16: 10월 29일 - 존



거품은 오래 전에 사라져, 존의 유리잔 가장자리에 흔적만을 남겼다. 그는 두 세모금 마셨을 뿐이고, 진한 맥주가 담긴 유리잔에 물방울들이 응집된 패턴을 찾는 일 이상은 할 수 없을 만큼, 홀로 생각들 속에서 길을 잃었다.

그의 휴대전화에 진동음이 울리자 약간 정신에 들었다. 그는 슬쩍 그것을 쳐다보았다. 셜록에게 문자 메세지가 하나쯤 와 있길 약간 바라면서. 그는 존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집을 떠났고, 한 시간 반이 지나도록 전화도 문자 메세지도 남기지 않고 있었다. 존은 그 점이 점점 더 불편했고, 특히나 아까 그들이 언쟁하던 목소리 톤을 생각해보면 더 그랬다. 셜록은 존에게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고, 자신의 불만과 좌절감을 방출하고 있을 뿐이었다. 존은 그런 셜록의 생각을 확신하는 만큼, 이렇게 되새겨봐야 마음이 더 편하지는 않았다.

그 문자 메세지는 셜록이 보낸 게 아니었다. 비록 다른 홈즈에게 온 것이기는 하지만.

셜록은, 당신과 셜록 둘다 들르길 좋아하는 그 문신소에 또 갔습니다. 셜록이 다시 신체 훼손을 끝내면 집에 데려다 주도록 하죠.
MH

존은 문자 메세지를 읽으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또 문신이야? 이번엔 뭐라고 적은거지? 뭐, 오늘 벌였던 그 난장판들을, 셜록이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기억하고 싶어하는 건 아니겠지?

"제가 혹시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존의 부스 옆에 서 있던 어떤 여자가 물었다.

그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대답하려던 참이었으나, 살짝 불편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던 도노반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가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말이라곤 "어.." 같이 우물쭈물하는 소리였다.

마음 속 체면은 그녀를 불러 자리에 앉도록 권해야 할 것 같았지만, 가장 최근에 만났을 때 그녀는 셜록에게 품위없는 태도를 보였고, 그래서 존은 별로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레스트레이드가 당신이 이 곳에 있을거라고 해서요," 그녀가 서 있던 곳에서 살짝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경감님은 회의가 있어 불려가셨는지라 조금 늦으실 거예요."

얼굴이 찌푸려지는 것을 꾹 참으며, 존은 자기 맞은 편 자리의 좌석을 가리켰다. 그녀는 미끄러지듯 앉아서,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놓고 지나가는 여 종업원에게 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존은 그녀가 왜 여기에 왔을지 궁금해하며 대놓고 관찰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불평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목구멍 안으로 신물이 올라와 타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존은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그런 기분을 몰아냈다.

"그렉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을지 모르겠지만요." 존이 경고하듯 말했다, "하지만 나한테 다시 그 소리들을, 셜록에게 달라붙어 있는 건 실수하는 거라고 말하려고 이 자리까지 온 거라면..."

그녀가 존을 향해 양 손을 들고 머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존은 말 끝을 흐렸다.

"아뇨," 그녀가 말했다. "맹세하지만, 그런 거 아녜요. 그렉이 했던 말은, 그가 여기에서 당신을 만날 참이었지만 늦을 거라는 말 뿐, 그 이상은 없었어요. 자기가 올 때까지 제가 대신 당신과 말동무하라는 요구사항은 있었지만요."

도노반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존은 이런 질문을 던질 때까지 계속해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진 않았을테니까. "왜요? 우린 별로 좋은 동료는 아니잖아요."

그녀는 먼 곳을 쳐다보았다. 여자 종업원은 그녀에게 맥주를 가져다 주었고, 대답을 찾기까지 몇 초가 걸렸으며, 마침내 그녀가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음 내쉬며 꺼낸 말은, "제가 전에 말했던 것들[각주:1]에 대해서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그리고 왜 그런 말을 꺼냈는지도 설명해보고 싶고요."

존은 작게 코웃음치고 말았다. 이제 잘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설명하기만 한다면, 이전에 말했던 것들이 조금이라도 더 괜찮아 보일거라 생각하고요?"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마 거의 그럴리 없겠죠. 전 변명하고자 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들어봐요, 그건 그냥... 제가 실수했어요, 알겠죠?"

맥주를 한 모금 또 들이키면서, 존은 그녀에게 계속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건 오늘 들을 수 있길 바랐던 사과가 아니었지만, 그녀의 말을 듣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셜록이 돌아오기전에... 셜록이 죽음을 위장하기 전에," 그녀가 다시 시작했다. "전 그 때, 셜록이 이 모든 것들을 은밀하게 꾸몄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말은, 전 그냥 제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예요. 모든 증거들이 그런 결론으로 이끌고 있었어요. 제가 달리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겠어요?"

존은 그녀에게 꾹 다문 입술로, 웃는 것 같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한 말들은, 전혀 사과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는데요."

그녀는 곧바로 발끈 화를 냈다. "그 때 제 실수에 대해서 사과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 아니예요. 그리고 그게 문제라고요. 그가 돌아왔을 때, 전 사과하고 싶었어요. 정말 그랬어요. 하지만 매번 셜록은 만날 때 마다, 뭔가 그런 것들을 말했고... 당신도 그가 어떤 상태인지 알잖아요.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절 열받게 만드는 걸 좋아해요."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 마치 존도 셜록이 그렇게 못돼먹은 녀석이라는 이야기를 하길 기대하는 것처럼 - 사실 그가 그런 못된 녀석이라 할지라도, 그건 정말 논쟁할 필요도 없이 맞긴 하지만, 존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말에 전혀 동의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지금까지 본 바로는," 그는 건조하게 운을 떼었다. "서로서로 열받게 하고 있었죠. 그러니 내가 당신을 불쌍히 여기길 바란다면, 분명 당신은 아주 오래 기다려야 할 겁니다."

그녀의 좌절감은 그녀가 내뱉는 단어들을 더 날서게 만들었다. "아뇨, 전 그저 당신이 이해하길 바랄 뿐이예요... 제가 사과하려고 했었다는걸요, 알겠죠? 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우린, 셜록과 저는, 한 번도 둘이서 만난 적이 없었고, 하지만 전 우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최소한 서로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는거죠. 하지만 그러고나서 그는 아팠어요. 그리고 이젠 너무 늦었죠."

존은 그녀를 쳐다보며 몹시 놀라서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그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싶었다고요? 진심이예요? 당신은 계속해서 셜록에게 그리고 내게 셜록의 상태를 언급해댔어요. 심지어 그는 가장 나쁜 컨디션일지라고 해도 여전히 우리들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는 걸 증명해 보여온 게 몇 달째인데도 말이죠. 당신은 예의바르게 행동하려 그리 열심히 노력하진 않았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그 때, 그녀는 정말로 움찔하고 놀랐다. "제가 사과하고 싶은게 바로 그 부분이예요. 전 일부러 그러려던 건 아니었고, 단순히 그 사실에 대해 화가 났었어요. 제 말은, 제가 셜록을 좋아하는 척 하는 게 아니라, 그가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지 저도 잘 알고, 그냥 그가 자꾸만 기억을 잃고 또 잃기 때문에 그가 꽤 엉망진창이 되었잖아요. 전 그게 셜록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얼마나 힘든 일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그리고나서 셜록과 당신은 사건 현장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고, 당신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고, 마치 모든 게 다 괜찮다는 듯, 그리고 전 그저... 셜록 주위에서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알겠죠? 처음에 셜록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어떤 일에 대한 혐의를 뒤집어썼고, 그가 죽은 척 해야만 하던 시점에서 그의 모든 명성은 쓰레기통에 처박혔고, 이제 이런 상황이 되었고, 난 이제 셜록에게 의심했던 걸 사과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고, 이제 이렇게 당신이 아픈 게 유감이라고도 말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는 기억하지 못할테고 다음 번엔 다시 저를 향해 비난을 퍼부을테니까요. 그러니까 이 모든 게 전부... 헛된 것 같단 말이예요!"

그녀는 이 짧은 연설을 하던 중에 반쯤 빈 맥주잔을 내려다 보았고 존을 그 후로는 쳐다보지 않았으며, 덕분에 존은 그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찌푸린 그녀의 표정과 긴장된 입술을 보면,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화가 난 듯 보였다. 사실, 존은 그녀가 진심어린 말을 하고 있다고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존이 스스로에게 완벽하게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녀가 왜 화가 났는지, 왜 괴로워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 그리고 그녀의 죄책감도. 그는 또한 우리 세 명 모두가 사람들을 얼마나 비논리적인 방법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 있는지도, 나중에서 후회할 말을 하도록 만드는지도 이해했다. 이전에도 셜록에게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을 보았고, 존은 그에게도 비슷한 일을 했었다. 비록 존은 그 때 자신이 지금의 도노반처럼 고집불통으로 보이지 않았기만을 바랐다.

"도노반?" 존은 그녀의 시선이 다시 자신을 향하도록 조용히 불렀다. "이거 딱 한 번만 말 할거니까, 굉장히 굉장히 주의깊게 듣도록 해요. 준비됐어요?" 그는 탁자 위로 자신의 몸을 앞쪽으로 기울였다. "그냥. 잊어. 버려요."

그녀는 머리를 까닥하고 움직였고 그녀는 모욕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존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미안하다면, 그럼 셜록에게 사과해요. 셜록은 좆도 신경 안 쓰고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에 잊어버릴수도 있고, 그런 경우엔 당신은 셜록이 모든 걸 금방 잊어버린다는 걸 알고 있으니, 6개월 전에 사과를 했든 지금 사과했든 결과가 똑같으니까 당신에겐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만약 셜록이 정말 그 사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일기장에 적어놓고 매번 기억하려 애쓸테죠. 둘 중에 어느 쪽이든 당신은 사과의 말은 건넨 것이니, 더 이상 당신과 상관도 없는 일에 대해 계속 화를 낼 필요가 없잖아요."

"나도 그게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라는 건 알아요," 그녀가 끼어들었다. "단지-"

그녀는 갑작스레 말을 끊고, 눈을 감은 뒤, 코로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입으로 내쉬었다.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을 두 차례 반복한 다음 눈을 다시 떴다. 전에 엘라는 존에게 '숨쉬는 연습'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마음을 비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면서. 존도 한 번 해본 적이 있었는데, 마치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하지만 도노반에게는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비록 존이 도노반에게 심리치료를 받는 중이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사과 받아들이죠." 그는 냉담하게 말했다. "만약 이 모든 게 나와 셜록의 관계를 폄하하던 것에 대한 당신 나름대로의 사과였다면 말이예요.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요."

그녀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그녀는 존을 다시 쳐다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계속 노력해주기만 한다면야," 존이 말을 잘랐다. "그래도 당신이 실수로 말을 한 번이라도 흘리는 경우엔 난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맥주를 한 모금 꿀꺽 삼키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내가 셜록에게 이야기 하는 게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내 생각엔, 그가 듣고 싶어할 때 당신이 말을 해야 할 거예요. 그러니, 네, 가서 말해요. 다만 셜록이 뭔가 문제를 해결한 뒤에 이야기 해야 당신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할 거예요."

존은 자신의 잔을 들고 도노반을 향해 살짝 기울였다. 1초 뒤, 그녀는 자신의 잔을 쨍그랑하고 부딪친 다음 거의 다 비워버렸다.

"지금 뭔가를 축하하는 중인건가?" 그렉이 부스에서 이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좋은 맥주에 좋은 친구들이네요," 도노반이 그녀의 잔을 모두 비운 뒤 말했다. "비록 경감님은 제가 없는 자리에서 계속 축하를 이어나가셔야 하지만요."

그녀는 잘있으란 말을 남기고 떠났고 그렉은 도노반이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그렉이 맥주 한 잔을 비우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존이 새로 받은 맥주를 비우는 것도 역시 금방이었다. 그리고 곧 그렉은 존에게 괜찮은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존이 그 날 저녁 메세지를 보낸 뒤에 - 셜록은 빌어먹을 병신새끼고 난 맥주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 관심 있어요?[각주:2] - 존은 그렉이 자신에게 괜찮은지 물어볼 것임을 알고 있었다. 존은 그런 걸 희망하기도 했었다. 지금 당장은, 존에겐 동정심을 담은 귀가 필요했고, 그렉은 그런 방면으론 꽤나 전문가였다. 아주 적당한 때에 믿을 수 없다는 뜻을 담은 콧소리와 격식어린 위로의 말을 건넬 줄 아는 그런 사람.

대체로, 존이 마음에 쌓아두고 있었던 모든 걸 다 털어낸 시점에는, 그들 앞엔 텅 빈 맥주잔들이 놓여있었고, 그들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존은 훨씬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마이크로프트가 전화를 걸어와 셜록이 집에 갈 준비가 된 것 처럼 보인다고 이야기 했을 땐, 존 역시 집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쩌면 거의. 그렉은 안젤로네 가게까지 존을 운전해 데려다 주고, 행운을 빌어준 다음 떠났다.

요즘 안젤로는 꽤나 친근하게 굴었다. 보아하니 안젤로 멋대로 존이 셜록을 버리는 죄를 저질렀다고 상상했던 걸 이제 다 잊은 모양이었다. 셜록이 나중에 오냐고 물어본 뒤, 안젤로는 존에게 평소에 늘 가던, 창가의 그 탁자로 안내했다. 늘 켜던 초를 켜고, 셜록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을 두 잔, 존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져다 주었다. 안젤로가 막 자리를 떠나자마자, 존의 휴대전화 알림음이 울렸다.

배고파?
SH

창 밖으로, 그는 셜록이 길 건너편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혼자 미소지으면서 그가 대답을 보냈다.

굶주렸지. 여기 벌써 와있어. 우리가 같이 먹을 메뉴들 시켜놨어.

삽시간에, 셜록은 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존의 두 눈에 자신의 눈을 짧게 마주친 다음, 길거리를 내다 보았다. 일종의 사과로군, 존이 깨달았고, 존은 물론 사과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랬으면 하고 바라긴 했지만, 정말로 사과 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에 쌓아두었던 이야기들을 이미 모두 털어낸 뒤에는, 정말 필요하지도 않았다.

"형은 어떻게 지내?"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아 존이 물었다.

셜록은 어깨를 으쓱한 뒤 존을 한 차례 힐끗 쳐다보았다. "이보다 더할 수 없을 만큼 짜증나게 굴어.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을 보는 것도 좋더군."

존은 조용히 코웃음을 쳤다.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의 관계는 정말이지 셜록의 상태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약간도 달라지지 않은 것 중 하나였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방면에 대해서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마이크로프트는 분명히도 그 전보다 훨씬 더 많이 걱정하고 있었지만, 그도 셜록을 잘 알고 있기에 셜록의 눈에 띄지 않게 할 뿐일 것이었다.

"그리고 레스트레이드는 어떻던가?" 셜록이 대답으로 질문을 던졌다.

존은 셜록이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묻고 싶지도 않았다.

"잘 지내. 옛날 사건을 하나 다시 조사하는 중인 것 같아. 실종 사건이라던데. 어쩌면 네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

셜록의 눈에 흥미롭다는 빛이 비쳤기에, 존은 서둘러 말을 마쳤다. "--는데, 네가 충분히 잠을 잔 뒤에만이야. 오늘이 삼일째잖아."

셜록의 입술이 찌푸러졌고, 그의 눈길은 다시 바깥의 길가를 향했다.

"나도 알아." 셜록이 투덜대듯 중얼거렸다.

안젤로는 그들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었고, 셜록을 다시 보게 돼 좋고, 또 셜록이 얼마나 좋아보이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꺼냈다. 런던사람들 절반이 그러했듯이, 그도 타블로이드에서 셜록의 병세에 대해 읽었기 때문인지, 항상 셜록이 좋아보인다고 말을 꺼냈다. 그것은 존이나 셜록 모두를 짜증나게 만드는 말이었지만, 안젤로는 그가 그런 말들을 그만둬야 한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존에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셜록은 접시 위의 파스타를 밀어내는 대신, 존이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는데도 좀 더 많은 양을 먹었다. 분명 이것은, 무언의 사과였을 것이다. 아니면 최소한, 존은 그걸 그렇게 받아들였다.

이제 디저트가 나올 시간이었다 - 티라미스; 존이 궁금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졌을 때, 안젤로가 디저트를 가져왔다.

"그래서, 이번엔 무슨 내용을 새긴거야?" 존은 셜록을 쳐다보면서 무슨 내용인지 짐작해보려 애썼다. 지난 번과 같이, 어디에 문신을 새긴 것일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셜록은 어깨를 으쓱한 뒤 대답했다. "그냥 내가 기억해야 할 내용이야." 셜록은 주제를 바꾸려 했다. "다 먹었어?"

"이제 다 먹었어." 존이 확실히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넌 아니야. 나도 네가 뭘 기억하고 싶어서 문신을 새겼을 거라는 건 알아. 그게 무슨 내용인지 말하기엔 좀 꺼려지는 건가?"

허나 셜록은 대답이 없었다. 집으로 가는 동안, 존은 그게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걸 짚어주려 했다;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존은 새 문신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셜록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그의 이 완강한 태도는 그의 병세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잠자리에 들기 전 심지어 옷을 벗은 상태였는데도, 계속해서 숨기려 들다가 존이 한껏 "너 지금 장난하는 거야?"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을 때에서야 기세를 누그러뜨렸다.[각주:3]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단어들을 읽어나가야 하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것은, 한 편으로는...

존은 다리에 힘이 약간 풀리는 것을 느꼈기에,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여전히 서있는 채로, 셜록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존을 쳐다보았다.

"그건," 존이 말했다. "네 몸에 새길 수 있는 모든 말들 중에서 가장 멍청한 말이야."[각주:4]

셜록은 한 차례 턱을 뻣뻣하게 움직였다. "아니. 내가 기억해야 되는 내용이야."

존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야, 그러니까 기억할 필요가 없어."

"글쎄 당연히 넌 그렇게 말하겠지만," 셜록이 침대 위에서 자신의 자리로 들어가며 말했다. "넌 날 용서해줬어. 이번에는. 그리고 어쩌면 다음 번에도 넌 용서해줄거야. 그리고 또 그 다음 번에도. 하지만 언젠가는 --"

"아니."

존은 이런 말을 충분히 들어왔다. 셜록을 향해 돌아서면서, 그는 셜록의 등을 잡아당긴 뒤 그 옆에서 무릎을 꿇고, 셜록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아니." 그는 다시 강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우리 둘 중 누군가가 떠난다면, 셜록, 그건 내가 아닐거야. 너 때문에 내가 화가 나서 미칠 수도 있지, 물론. 어떤 일들은 용서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당연히. 하지만 네가 이렇게 구는 건 전부 나한테는 늘 새로운 일이야. 마치 네가 날 어떻게 속여서 널 사랑하게 만들고, 네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은 뒤에 내가 마음을 바꾸길 기대하는 거.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난 네가 나를 사건 현장으로 끌고 갔을 때부터, 거기에다 날 버리고 떠났을 때부터, 그리고 날 다시 베이커 가로 불러내 연쇄살인범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도록 시켰을 때부터 널 알고 있었어."

셜록의 입술이 미소로 씰룩였다. "런던을 가로질러가며 택시를 뒤쫓았던 일도 잊으면 안되지."

존은 셜록의 어깨를 잡은 손을 부드럽게 풀고, 셜록의 두 뺨을 감쌌다.

"아니, 우린 절대로 그걸 잊으면 안되지," 존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면 네가 2년 동안이나 자살했다고 날 속인 그 사실과, 그걸 내가 용서했던 걸 잊으면 안되지. 내가 용서할 수 없는 단 한가지는, 셜록, 네가 정말로 자살해버리는 거야."

그의 손가락들 아래로, 셜록의 턱이 굳게 다물어졌다가 다시 풀어졌다.

"이건 그냥 단어들에 불과해," 그는 퉁명스런 소리로 말했다. "난 그냥 짜증이 났던 것 뿐이야. 내가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각주:5]"

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하지만 그런 단어들이 계속 있으면, 네가 더 안 좋은 말들을 고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고."

"난 더 잘 할꺼야." 셜록이 손을 움직여 자신의 가슴 올린 뒤 새겨진 단어들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난 더 좋은 사람이 될 거야."

"그럴 필요 없어. 내가 필요한 건, 오직 네 자신으로 사는 것 뿐이야."

그 말과 함께, 존은 몸을 숙여 셜록의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몇 초 뒤, 셜록은 좀 더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난 그리고 네가 잠을 잤으면 좋겠어," 그리고 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로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네가 피곤하지 않다는 말은 꺼낼 생각도 하지 마. 넌 침대로 들어오면서도 한 마디도 안 했으니, 나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어."

셜록은 짜증난다는 눈빛이었다가, 다시 평범한 상태로 돌아왔다.

"넌 침대로 안 들어오는거야?" 셜록이 물었다. 마치 잠자는 것 만이 지금 마음 속으로 원하는 단 한가지 일이라는 듯한 목소리로.

"난 샤워부터 할거야."

셜록이 저항해도 존은 단념하지 않았으며, 존은 곧 치우기 위해 방을 나섰다. 다시 돌아왔을 떄에는, 셜록은 조용히 코를 골고 있었다. 존은 실망감이 드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삼일째이니, 셜록은 잠이 필요했다. 비록 셜록 자신이 원하지 않더라 할지라도. 함께 침대 위에 눕기 전에, 존은 거실로 나가 지워지지 않는 마커 펜을 찾았다. 자신의 몸 위에 글씨를 쓰는 것은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괜찮게 잘 해냈다. 셜록의 가슴 위에 새겨진, 그 몹시 불쾌한 세번째 문장을 곧장 어떻게든 해버려야 할 테지만, 그 전까지는...

더 잘해주지 않으면 존이 널 떠날꺼야, 셜록의 새로운 문신은 그렇게 적혀 있었다.

존의 대답은 언제나 그랬듯이 간단한 두 단어였다.

난 그럴 일 없을거야. (I won't)



* 이번 편은 지난 5화와 같은 날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것이군요! 역시나 달달 ㅠㅠ ㅋㅋ

* 7월 17일부터 번역하기 시작했는데 까딱하면 두 달 꼬박 채워 끝낼뻔 했습니다 ㅠㅠ ㅋㅋㅋ 아이고 게을러라..





  1. 도노반은 여러차례 셜록을 괴롭혔죠. 203 에피소드에서 특히 ㅠㅠ 그리고 이 픽에서도 이전에 기억을 자꾸 잃는 셜록을 계속 따라다니는 존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사무실에서 한참 말대꾸 한 적이 있었죠? 그렉이 중재해서 뜯어말리고.. [본문으로]
  2. 셜록과 존이 어떤 일로 대판 싸우고 난 뒤였겠죠? 5화에 나온 내용과 같은 날입니당 ㅎㅎ [본문으로]
  3. ㅋㅋㅋㅋ 존에겐 좀 황당했을 수도 있고 짜증나면서 귀여웠다가 고집을 안 꺾는 게 너무 열받았을 거 같긴 해요 ㅋㅋㅋㅋㅋㅋ 아이고 애다 애ㅋㅋㅋㅋㅋㅋ 옷을 벗었는데 문신을 어떻게 가리겠다는거냐 셜록 ㅋㅋㅋㅋ [본문으로]
  4. 존에게 잘해줘야해. 안그럼 그가 널 떠날꺼야. 라는 말이죠!! 세 번째로 새긴 문장 ㅎㅎ [본문으로]
  5. 더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존이 널 떠날꺼야. 가 문신의 내용이니까요, 셜록이 한 이 말은.. "문신 내용대로 내가 꼭 좋은 사람이 될지 안 될지 어떻게 알겠어? 그러니까 그만 걱정해."와 같은 뜻이겠죠? [본문으로]
Posted by 물음표 5nqz2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