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prettyvk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1071940/chapters/2637373

등급: Explicit

커플링: 셜록/존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이후. 



Chapter 15: 7월 5일 - 셜록



셜록은 한 손 가득 포스트 잇 노트 뭉치를 들고 넘겨보는 중이다. 노려보는 눈빛으로.

"이게 전부야?" 그가 존을 향해 찌푸린 얼굴을 하고는, 코웃음친다.

"그게 전부야, 맞아," 존이 확인하듯 말을 건넨 뒤, 불편하게 의자 위에서 뒤척인다. "내가 뭐라도 받아 적으면 좋겠어?"

셜록은 비웃지만, 대답하지는 않는다. 지난 한 달이 넘도록, 그가 가진 것이라곤 이것들 뿐이다: 몇 장의 종이들, 자신이 직접 쓴 무작위의 글귀들. 그 종이들 중 하나에는, 허드슨 부인에게 그녀의 여동생에 관한 이야길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쓰여있다. 허드슨 부인이 존과 셜록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며 쓸데없이 지껄이는 걸 듣고 짜증나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과거의 자신이 이 노트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했을지 궁금했지만, 평소에도 허드슨 부인에게 거의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적어둔 과거 자신의 의도를 헤아리기 어렵다.

또, 좀 더 흥미로운 노트도 있다. 겨우 며칠 전에 쓰여진 것인데, 존이 스스로를 힐난하기 때문에, 셜록의 병에 대해 존과 절대로 논의해선 안된다고 적혀있다. 이건 알고 있으면 괜찮은 사실이긴 하다. 전적으로 미완성인 정보지만: 도대체 어째서 존이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거지? 그리고 질문하면 안된다면, 어떻게 셜록이 무슨 일이 벌어져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이런 것들을 왜 적어 왔던거야?" 한 뭉텅이의 포스트 잇 쪽지들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몸을 소파 위로 던지며 셜록이 묻는다. "이건 우스꽝스럽다고! 넌 왜 내가 이런 짓을 하도록 만든거야?"

이번에는, 그가 존을 똑바로 노려보았고, 존은 대답 대신 짜증난다는 듯 눈을 굴렸다.

"꼭 그걸 내가 너한테 시키기라도 한 것 처럼 말하네." 존은 화를 낸다. "네가 생각한거야, 그게 도움이 될 거 같다고. 우리는 너랑 똑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나오는 이 영화를 함께 봤는데, 그 사람은 쪽지, 사진, 문신 이런 것들을 이용하고 있었고 -"

"넌 내가 문신이 역할을 담당한 영화를 보도록 만들었다는 거야?" 셜록이 끼어든다. "그런데도 내가, 네가 원하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고, 잘도 말하는군!"

존은 크게 숨을 쉬었다. 그의 입술은 몇 초간 얇은 선을 그린다.

"네가 그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어." 그가 마침내 말한다. "난 선행성 건망증에 대해서 연구했고 어떤 의사가 그 영화를 찬양하면서 선행성 건망증 증세를 꽤나 정확하게 묘사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더니, 네가 영화를 보겠다고 결정했다고."

셜록은 그의 손을 위로 던진다. "내가 그럴리가 없잖아? 난 그게 어떤건지 잘 알아! 명백하게!"

그는 말하는 동안 점차 목소리가 더 올라가고, 마지막 단어는 소리치며 끝난다. 그는 전혀 존에게 화가 나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이 전체 상황에 대해 화가 나 있다. 그는 두 시간 전에 잠에서 깨어나 존이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으며, 그를 마주치며 기뻤던 마음은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이건 그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셜록도 알지만, 이 나쁜 소식을 견뎌줄만한 편리한 화풀이용 대상은 그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상컨대, 또한 자주 그런 대상이었을 것이다; 존은 매번 똑같이 슬픈 표정을 담은 셜록의 눈을, 건망증에 대해 처음으로 듣는 셜록의 눈을 바라본다.

"당연히 너도 그게 어떤 식인지 알겠지." 존의 목소리는 달래듯 이어진다. '난 의사고 네가 허락한다면 이걸 내가 고쳐놓을께' 와 같은 목소리 톤을 물론 셜록도 몇 번 들었던 적이 있었다. 보통 셜록이 사건을 지나치게 갈망하고 있을때나, 니코틴이나, 아니면 정신이 흐트러지도록, 조금 덜 합법적인 방법들을 갈구할 때에 들었던 그 목소리. "우리는 네가 일어났을 때 좀 더 쉽게 상황을 풀어갈만한 방법들을 찾고 있었어. 그리고 포스트 잇 쪽지들은 그런 시도들 중 하나였지. 분명하게도 이건 별 소용없는 방법이군."

마지막 문장은 또 그만두겠다는듯이 들렸기 때문에, 그리고 그건 틀린 것이기 때문에, 그건 완벽하게 전적으로 틀린 것이기 때문에, 셜록은 다시 화가 난다. 존은 마치 삶이 그에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를 던져줬다는 듯,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된다. 특히나 셜록이 치료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존은 셜록보다는 더 강하다, 바위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 아니면 최소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구는 존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펼쳐진다.

존의 표정에 드러나는 고통을 마주볼 수 없어서, 셜록은 몸을 돌리고 그의 얼굴을 소파에 묻고, 아주 작은 부분조차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이 세상을 등져버린다.

"이걸 그냥 실험이라고 생각해," 존이 계속한다. "실패한거야. 왜 그런지 밝혀내고, 다음 번에는 어떻게 제대로 동작하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그가 일어서자, 안락의자가 부드럽게 삐걱인다. 그는 방을 가로질러와, 셜록의 어깨 위에 잠시 손을 올려놓았다가, 부엌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의 손길이 닿았던 부분은 손이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따뜻하게 느껴진다.

실험이라, 셜록은 존이 차를 만드는 편안한, 익숙한 소리를 들으면서 다시 되뇌인다. 좋아, 만약 쪽지들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것들은 도움이 된다. 이제 그는 쪽지들이 도움이 되기보다는 불만스럽다는 것도 안다. 왜냐하면 그 쪽지들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너무 지나치게 짧고, 그 쪼그만한 종이엔 거의 말을 덧붙이기가 힘들다. 이 물질은 의도한 효과를 내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노트를 계속 적는 건 필요한 것 같다. 존이 매번 필요한 사실들을 말해줄 수는 있지만, 그건 셜록이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벌써부터 셜록이 매우 싫어하게 된, 존이 다 포기해버린 듯한 표정을 다시 지었을 경우엔 질문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앉아. 차 만들어 왔어."

셜록은 정말로 앉았지만, 존이 건넨 머그잔을 받지는 않고 대신 일어서서, 책상으로 걸어간다. 그는 책상 위를 뒤적이다가 그 아래에 놓여있는, 한 번도 뜯어보지 않은 상자를 발견한다. 그 중 일부는 그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것들이다.

"너 지금 뭐 하는거야?" 존은 한숨을 쉬며 묻지만, 셜록은 벌써 자기가 원하던 것을 찾아냈다.

그는 스프링으로 묶여있는 공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펼친 뒤 처음 몇 장을 뜯어낸다 - 화학 수업 필기였는데, 수업을 가르치던 강사만큼이나 자신이 이 과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 전에 적어두었던 것들이다. 그는 이 정보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런 사실들은 꽤나 잘 기억하고 있다. 이 공책에는 대충 백 장 정도, 아니면 그 이상 빈 페이지들이 충분히 남아있다. 다음에 그는 몇 개의 펜을 찾아서 드레싱 가운을 휘날리며 소파로 돌아온다. 존은 여전히 거기 서 있고, 양 손에 머그잔을 하나씩 들고, 셜록을 바라본다. 그는 다시 차를 다시 권하지만, 셜록은 굉장히 집중한 상태로 일을 진행하고 있어서, 그 말을 사실 안 듣고 있다.

주어진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그를 가장 두렵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그의 증세를 이해하고 있지만, 그게 어떻게 해서 발생한 것인지는 모른다. 첫 번째 페이지 가장 윗 부분에 그가 적는다. 건망증. 그리고 나서 다음 장으로 넘긴다. 이건 굉장히 쉽다. 생활 규칙, 그가 적는다. 하지만 그가 의도 하는 것은, 그리고 그가 다음 번 잠에서 깨어 이 공책을 펼쳤을 때 그가 알게 될 것이라 확신하는 것은, 이다. 어떻게, 그리고 왜 존이 그와 함께 살고 있게 되었는지. 그 패배한 것 같은, 체념한 것 같은 표정을 다시 보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 이 공책에 더 많은 걸 적게 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건 분명 괜찮은 시작이 될 것이다.

그는 공책 위로 고개를 들고, 존이 커피 테이블 위에 차가 담긴 머그잔을 내려놓고 안락 의자에 앉는 모습을 본다.

"새 실험이야?" 존이 두 모금 차를 마신 뒤 묻는다.

셜록은 참을성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첫 번째 페이지로 다시 돌아간다. 그는 뭔가 마음에 떠오를 때 마다 질문을 시작할 참이다. 만약 공책을 이용한 방법이 제대로 먹힌다면, 마치 마음 속에 부속 건물이 생긴 것과 비슷할테고, 다른 방식으로는 되짚을 수 없는 기억들을 저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고, 짐작컨대 이 공책 또한 그럴 것이다.

"너한테 다짐을 받아야겠어." 그가 질문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짜증이 나서 말한다. "넌 이걸 읽을 수 없어.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읽을까봐 걱정스럽지 않아야지만 이 방법이 소용이 있을테니까."

존은 이 점에 대해, 혹은 공책의 용도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조용히 끄덕일 뿐이다. "내가 약속하길 바란다면, 그렇게 할께."

이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당연하게도. 만약 존이 약속을 깨뜨린다 하더라도, 셜록은 그걸 알기 어렵고, 읽어보지 말라던 약속이 있었는지 존에게 물어보는 것조차 기억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존은 기억할 것이고, 그의 양심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믿을만 하다.

그 다음 한 시간 정도 동안 셜록은 그의 병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묻고, 그 치료 과정들과, 병원에서 머물렀던 일들과 셜록이 일어난 후로 존이 설명해주지 않았던 모든 것들에 대해 묻는다. 존은 점점 더 괴로워하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모든 질문에 대답한다.

"내가 일어났을 때 이 모든 것들을 왜 이야기 해주지 않은거야?" 셜록은 공책에 모든 것을 다 적은 뒤 묻는다. "넌 그냥 큼직한 사건들만 말했고, 그건 하나도 충분하지 않았어."

존은 어깨를 으쓱한 다음, 멀리 시선을 돌린다. "전에 그렇게 했던 적이 있어. 하지만 넌 모든 자세한 내용을 한꺼번에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 듯 했지. 내가 모든 걸 설명해줄 때 보다, 네가 질문한 다음에 답을 들을 때, 네가 좀 더 침착하더라고."

셜록은 그 점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아니 그게 아니야. 이건 전부다 정보일 뿐이므로, 일부분으로 나뉘어 배우게 되지 않고, 한꺼번에 모든 게 쏟아지더라도 분명 자신에겐 상관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의 생각으로는, 존의 눈가에 서린 긴장감이다 - 이건 병에 대해 더 이상 상의하지 말라는 경고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건 그를 아프게 만들고, 그가 그렇게까지 불편해하는 걸 보는 것은 셜록을 아프게 만든다. 특히나 그가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어째서 내게 이 모든 것들을 말하길 싫어하는거야?" 그가 갑자기 묻는다.

존은 단호해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날마다 네게 똑같은 얘길 하는 걸, 내가 왜 싫어 할 거라 생각하는데?"

반복하기 때문일까? 셜록은 그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만, 곧 그 생각을 일축해버린다. 존은 이 집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그렇게 반복해야만 한단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뭔가가 더 있군," 그가 단호하게 말한다. "널 괴롭히는 이유가 더 있지?"

그의 미소는 좀 더 단호하게 변한다. "다른 이유?" 그가 재빠르게 묻는다. "매일 난 내 친구를 괴롭혀야해.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눈부시도록 똑똑한 사람에게, 그의 뇌 일부분은 완전히 잠겨버려서 더 이상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말야. 그리고 그건 마치, 매일 반 고흐에게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말라고 말하는 거 같아. 어떻게 그런 일들이 괴롭지 않을 수가 있겠어?"

셜록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른다. 그는 입을 다시 닫고 공책을 다시 내려다 본 다음, 두 번째 페이지를 펼쳐보고, 그 페이지는 여전히 비어있다. 아무리 존이 약속을 했더라도, 셜록은 그가 적고 싶은 걸 감히 적을 용기가 없다.

존은 내가 여전히 굉장히 똑똑하다고 생각한다.[각주:1]

"난 그림 그리는 데에는 아주 형편없어." 그는 위로 올려다보며 말한다. 그리고 존의 표정이 아주 아주 약간 풀어지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난 다시 사건들을 해결할거야. 내가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등 없잖아."

셜록은 마음이 달래졌다는 증거들인, 존이 약간 고개를 끄덕이고 "당연히 그렇지."라고 말하기를, 바란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이 모든 과정들이 좀 더 빠르게, 그리고 좀 더 부드럽게 진행되도록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다짐한다 - 그래서 존이 더 이상 그에게 다시 말할 필요가 없도록, 그래서 존이 더 이상 계속해서 상처받지 않아도 되도록. 그 공책은 분명히 도움이 될테지만, 그걸로 충분할까? 어쩌면 그에게 이 공책이 없는 순간이 있을지도 모르고, 게다가 공책에 쓰인 분량이 점차 늘어나게 되면 읽는 것도 시간이 더 걸릴텐데. 셜록은 원하는 정보를 바로 얻지 못하면 꽤나 쉽게 참을성이 바닥나버리기도 한다. 그는 공책 위로 펜을 톡톡 두드린다. 조금 뒤, 셜록이 묻는다. "쪽지를 적게 만들었던 그 영화. 그게 무슨 영화였지? 아직도 가지고 있어?"

5분 뒤에, 셜록은 앞에 놓인 노트북 안에서 영화 제목이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된다. 메멘토. 그는 떠오르는 비웃음을 꾹 참는다.

영화가 다 끝날 때 즈음, 그는 영화가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오히려 두 개로 나뉜 타임라인은 덜 멍청하고 덜 예상가능한 줄거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쪽지를 남겨두는 건 별로 도움이 안 됐지만, 어쩌면 다른 방법은...

노트북을 덮고 옆으로 치우면서, 셜록은 자신의 두뇌가 이런 저런 장단점을 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한 가지, 바늘이 사용되고, 셜록은 바늘이 거의 전혀 무섭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태의 마음으로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문장들은 미미한 도움밖에 안 된다. 그리고 사실 셜록은 그렇게 지울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걸 늘 꺼려왔다. 그렇다. 모든 것들은 수단에 불과하지만, 셜록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몸에 미학적인 일을 행하길 좋아한다는 걸 인정한다. 다만 그걸 지울 수 없을 때가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그 영화를 다시 보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며 나갔던 존이, 방으로 돌아오면서 묻는다. "넌 어떻게 생각해?"

존은 보고 싶어하지 않았었다는 걸 셜록이 깨닫는다. 왜냐하면 그 영화의 주제가 그의 요즘 생활에 너무나 가깝기 때문이다. 허나 그점이 셜록이 이 영화를 필요로 하는 유일한 이유다.

"난 문신을 새기기로 했어." 그가 일어서면서 말한다.

존은 그를 향해 놀란 표정을 가리지 않고 쳐다본다. "네가? 하. 지난 번에는 넌 그런 생각을 요만큼도 하지 않았고, 그런 생각을 비웃었는데."

"과거의 일이야," 셜록이 쏘아붙인다. "그 때 나는 포스트 잇 쪽지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겠지. 당연하지만 나도 틀릴 때가 있는 법이야."

다른 것이 아닌, 그렇게 인정한 말이 존의 입술 끝으로 약간의 미소를 이끌어낸다. 그는 항상 셜록이 자신도 틀릴 수도 있다는 말을 할 때를 즐긴다. 그런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건, 최소한,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말을 새길건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쉽다. "내 병명. 팔에 새길거야. 그래야 내가 쉽게 볼 수 있겠지. 지금부터는, 네가 나한테 말할 필요없이, 나한테 팔을 확인해보라고, 그 다음엔 공책을 확인하라고 지시할 수 있을 거야. 난 여전히 질문들을 떠올리겠지만, 분명 그 갯수는 줄어들테고, 우리 둘 모두 좀 더 쉽게 처리할 수 있겠지."

존은 잠시 동안 심사숙고하고, 마침내 어깨를 작게 으쓱한다. "글쎄, 난 그 방법이 꼭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건 진짜 최후의 방법이니 말야. 어쩌면 그냥 넌 마커펜으로 써보고, 그런 방법이 잘 먹하는지 며칠 간 테스트 해보는 건 어때?"

"안돼." 셜록이 단박에 대답한다. "난 그게 임시로 새겨진 것 뿐이라는 걸 알아채고, 왜 그랬을지 다시 궁금해할거야. 영구적인 방법으로 해야만 해." 일,이초 뒤에 그가 덧붙인다, "그리고 반드시 내 필체여야만 해."

그는 상상해보려 노력한다 - 자신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존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고, 그의 팔에 쓰여진 글귀를 보라는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상상한다... 혹은 어쩌면 그 글씨들을 먼저 발견하게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말하기 전에 상황을 깨달을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존의 괴로운 미소와 함께 "여기 앉아봐, 셜록, 우리 얘기 좀 나누자."와 같은 말이 건네지는 상황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 시간 뒤에 그는 마을 반대편의 작은 문신소에 있다. 그리고 그 문신을 새겨주는 사람은 셜록의 요구에 약간 당황스러워 했지만 충분히 쉽게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한다. 레오가 스텐실을 준비하는 동안, 존이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번 한 번만 하는 거야, 알았지? 네가 일어날 때 마다 몇 개씩 단어들을 새기고 그러진 않을거지, 그렇지?"

셜록은 고개를 흔든다. "당연히 그럴리 없잖아. 하지만 문신을 이번 한번만 새기지는 않을지도 몰라. 다른 뭔가가 중요해질 수도 있으니까."

"뭔가 중요한거라." 존이 골똘히 생각하다 큰 소리로 묻는다. "예를 들면 어떤거?"

뭔가, 그런거, 넌 존에게 말했고 그는 널 다시는 보고싶어 하지 않아.[각주:2] 그런 생각만으로도 그의 위가 불쾌하게 꼬여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는 존에게 말하기 직전이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게 실수나 다름없다. 그가 일어난 후로 계속해서 그 점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셜록은 그 불길한 생각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는 기회를 이미 놓쳤다.

"좋아," 존이 천천히 말한다. "넌 오늘 나한테 약속을 하나 받아냈잖아. 네 차례야. 네 온 몸을 문신으로 덮어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해."

셜록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지만, 그렇게 한들 왜 존이 신경쓰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게다가, '약속'이라는 단어가 가장 신경쓰이게 만든다.

"그럴 이유가 없잖아." 그가 말하려던 것 보다 더 차가운 말투로 말한다. "내가 그렇게 약속한다고 해도, 난 잊어버릴텐데."

"하지만 내가 기억하잖아," 존이 바로 뒤따라, 한 숨도 쉬지 않고 대답한다. "그리고 내가 네게 기억시켜줄거야."

셜록은 혼자 잠시 생각하고, 그 질문이 셜록의 입술 바깥으로 빠져나오며 입술을 불태우기 전에, 레오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그를 부른다. 셜록은 아무런 장식이 없는 검은 선으로 쓰여진 자신의 필체가 팔 위에 새겨지는 것을 보며 계속 조용히 있는다. 레오가 어떻게 문신을 관리해야 피부가 잘 가라앉는지 설명하는 중에도, 그는 여전히 조용하다; 존은 그 둘 모두에게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서 듣는다. 그들이 베이커 가로 돌아가기 위한 택시를 탔을 때에서야 그가 마침내 묻는다. "네가 그 일이 지겨워 질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자신의 신뢰를 바탕으로, 존은 머뭇거리지 않고, 정확히 '그 일'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묻지 않는다.

"내가 숨쉬는게 지루해질 때쯤," 그가 고른 숨을 뱉으며 말한다. "그리고 너하곤 달리, 난 숨쉬는게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다소, 셜록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좀 더 편하게 숨을 쉰다.










  1. 으잌ㅋㅋㅋㅋㅋ 이러나 저러나 존이 자신을 똑같이 바라보고 있다는 게 너무 너무 기쁜 초딩같은 셜록이군요 ㅋㅋㅋㅋㅋ [본문으로]
  2. 이 때 이미 미래의 자신이 어떻게 새길지 반 쯤은 짐작했다고 봐야할까요 ㅎㅎㅎ [본문으로]
Posted by 물음표 5nqz23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