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prettyvk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1071940/chapters/2559886

등급: Explicit

커플링: 셜록/존

시점: 라이헨바흐 폭포 이후. 



Chapter 14: 10월 4일 - 존



존의 손가락들 아래에 놓인 셜록의 등은 따뜻하고 여전히 땀에 젖어 끈적였다. 또한 등 위에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무수히 많은 길고 얇은 상처들이 어깨부터 엉덩이 골 바로 윗부분까지 덮고 있었다. 존이 이 상처들을 처음으로 쓰다듬었던 때, 이게 대체 뭐냐고 물어보았던 그 때에는, 셜록은 하늘의 색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듯이 무심하게 대답했으며, 그걸 듣고 있던 존은 너무나 숨이 갑갑해져 더 이상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그 때 존은 셜록을 붙잡은 채로, 셜록이 죽었다고 믿었던 그 길고 긴 세월을 잊으려 애쓰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존은 이 상처들이 싫었지만, 여전히 셜록이 이런 상처를 입을 필요가 없었더라면 하고 바랐지만, 이 상처들은 그 긴 세월들을 되새겨주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상처들은 셜록이 부상에서 회복했음을 증명하는 증거이자, 그의 힘-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그가 극복한 그런 힘의 증거였다.

정확하게는, 그의 말에 따르자면, 존에게 돌아오기 위한 힘이었다.

"넌 샤워해야 돼."

상처들을 쓰다듬던 존의 손가락이 갑자기 튀어나온 말을 듣고 가만히 멈춘다.

"필로우 톡(연인이 침대 위에서 나누는 간지럽고 따뜻한 대화)에 대한 네 생각은 좀 아쉬운 부분이 있어," 존이 즐거움과 짜증 사이의 기분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필로우 톡이란 거지?" 셜록이 되받아쳤다. "우린 지금 침대 위에 있지 않다고."

정말로, 그들은 침대 위에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대신에 소파 위에 누워있었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존 위에 셜록이 올라탄 채로. 그의 뺨은 존의 가슴 위에 새겨진 문신들을 누르고 있었다. 아까는 손가락으로, 그 다음에는 입술로 쓰다듬었던 그 문신들을. 그의 두 발은 담요 바깥으로 잘 보이도록 튀어나와 있었는데, 이는 허드슨 부인이 갑자기 들어올 때를 대비해 겸손함을 지키려는 엉성한 시도였다. 비록, 그녀는 이전의 실수들을 통해 먼저 노크를 하는 게 좋다는 것을, 요즘 들어 배우게 되었지만 말이다.

"내가 확신하는데, 이 시나리오에선 난 침대 위에 있기로 되어 있었다고," 존이 셜록의 목 뒷덜미를 손 끝으로 가볍게 긁어내리며 말했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샤워를 해야 된다면, 너도 그래야 할 걸, 이 요령쟁이씨."

셜록은 머리를 들고 존을 향해 눈썹을 크게 들어올렸다. "그게 바로 요점이야."

존은 눈을 깜박였고, 행복하게 놀라서, 그 뒤엔 소리없이 활짝 웃었다.

"오. 알았어, 그러면. 네가 앞장 서."

사실, 그는 왜 자신이 놀랐는지,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들의 관계가 이렇게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로, 두 가지 점은 항상 변하지 않았다: 셜록이 일어나서 사실들을 받아들일 때 마다, 셜록은 못 믿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정말 믿기 어렵다는 듯이, 약간 부끄러워 했다. 또한, 셜록은 뭔가 잘못해서 모든 걸 망쳐버리게 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워했다. 존은 이게 어떤 기분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앞으로 딱 3일 밖에는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면, 셜록은 좀 더 단호한 자세로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결정해나가곤 했다.

물론, 사건이 들어오기 전 까지만. 하지만 존은 그렇다한들 셜록에게 다른 태도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는 셜록에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이 거의 하루 종일 침대를 벗어나지 않고 지냈던 바로 그 첫 번째 날에, 그가 얼마나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서. 셜록은 어깨를 으쓱한 뒤, 지난 '실험들'을 가볍게 묵살해버렸던 그 태도는, 그들의 친밀한 삶에 대한 전망이 어둡단 걸 뜻했다. 존은 그 날 이후로 자신의 생각 속 결점을 깨달았다. 자신은 실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셜록이 그 전에 다른 사람들과 어떤 일을 했든 - 혹은 하지 않았든 - 아무 상관 없는 것이라고.[각주:1]

지난 한 달 동안 여러 차례 모은 자잘한 사실들을 통해 그가 밝혀낸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셜록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존에게 느끼는 만큼 흥미로움을 느꼈던 적이 없으며, 존이 자신에겐 관심이 없을거라 확신한다는 점이었다. 이 마지막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는 것은 존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일이었다. 깨달음이 그를 꿰뚫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매번, 존이 유도하지 않았는데도 셜록이 너무나 어렵고 힘들게 말을 꺼내는 모습은, 셜록이 진심이고 마음에서 우러나 하는 고백임을 뜻했다.

"네가 뒤따라 오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서는 게 아니잖아," 셜록이 소리쳐 불렀고, 존은 두서없이 진행되던 생각 꾸러미에서 깜짝 놀라 빠져나왔다. 생각에 너무 푹 빠져있었던지라, 근사한 벗은 몸매를 가진, 하지만 전혀 그 점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 셜록이 일어서서 방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걸 간신히 알아차렸다. 용서할 수 없는 실수로군. 존은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아가 욕실로 들어섰다.

함께 샤워하는 것이 존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았지만, 셜록에겐 새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존은 수동적인 역할을 맡아 셜록이 이끌어 가도록 두었다. 오늘은, 셜록이 비누칠을 대신해주며 존의 몸 구석 구석을 만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존도 함께 애무하며 어루만져주고 싶었지만, 셜록은 그 손을 쳐냈다.

"네 차례는 나중이야."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고, 이는 존의 척추를 부드러운 손가락이 쓰다듬는 것 같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내 꺼라고."

존은 '내 꺼'가 내 차례라는 건지, 아니면 존이 셜록의 소유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셜록의 손 대신 입술이 닿고 있을 때에는, 셜록이 무릎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올 때에는, 그의 혀가 존의 그 곳 위에서, 빌어먹게 훌륭한 춤을 추고 있을 때에는.

잠시 뒤에, 존의 무릎이 휘어지기 시작했다. 헐떡이는 숨소리와 신음소리가 매 순간 존의 몸에서 빠져나갔다. 한 쪽 팔을 벽에 짚고 간신히 버티며, 다른 한 손은 셜록의 머리 뒤 쪽에 올려놓았다. 셜록은 움직이는 동안 위를 올려다 보았고, 빠르게 눈을 깜박이며 속눈썹에 매달린 물방울들을 털어버렸다. 존은 그 주름진 눈가를 꽤나 잘 알고 있었다. 존은 상상도 못 해본, 보통은 짓궂고, 음란한 미소도 함께 따라오는 바로 그 얼굴이 셜록의 입술을 우아하게 만들었다.

존은 그 후로 얼마 버티지 못했다.

모든 게 끝난 뒤, 셜록은 존을 팔로 감싸안고, 계속 세워둔 채로 천천히, 부드럽게 키스하며 꽤나 흥분한 상태인 그를 진정시켰다.

20분 뒤, 그들의 몸은 거의 물기가 말랐고, 그들은 여전히 키스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침대 위였다.

"이젠 내 차례야," 존이 그의 입술 위로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엔, 자야해."

셜록은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다. "안 피곤해." 예상가능한 대답이었다.

존은 셜록의 목과 어깨가 이어지는 그 곡선을 따라 가볍게 깨물면서, 미소를 숨겼다. "넌 한 번도 피곤한 적이 없지. 하지만 그게 네게 잠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구."

그 점 - 그리고 지금은 존의 차례이다 - 꽥꽥, 성가신 소리 때문에 멈추었다. 문에 노크소리가 들린 뒤, 허드슨 부인의 큰 목소리가 뒤따라 울려왔다.

"우후, 얘들아. 손님이 오셨구나."

레스트레이드였다. 그는 사건을 가지고 왔다 - 닷새의 간격을 두고 두 명이 살해당했고, 같은 범인이 저질렀을 것이라 예상되는 사건이었다. 셜록이 드레싱 가운이 아닌, 외출할 때 입어도 좋은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나섰을 때, 그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는 미소로 가득했다. 그렉은 얼굴을 찡그렸다.

"연쇄 살인 사건이라서 그러는 게 아녜요." 존이 그를 달래보려 애썼다. "셜록은 지금 자러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얻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쁜 것 뿐이예요. 당신 덕분에 셜록에겐 최대 이틀이 더 생겼군요. 그리고 그보다 짧아질거예요, 만약에 -"

"그가 환각증세들을 겪기 시작한다면." 그렉이 존이 하려던 말을 뒤이었다. "알아요, 저도 압니다. 당신도 옷을 챙겨입고 나와야 하지 않아요?"

존도 옷을 갈아입었다. 딱히 지시받은 건 아녔지만, 존도 사건 현장으로 따라갔다; 그 시체는 전에 강가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그 다음 그들은 NSY로 가서 첫 번째 피해자로부터 얻은 증거들을 살펴보았다. 그 뒤에는 성 바츠 병원으로 옮겨서 끝나지 않는 분석을 수행했다.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도중 어느 시점에서, 셜록의 네 번째 날이 시작되었다. 존은 25시간 동안 깨어있었고, 그 동안 단 한번의 식사만 할 수 있었으며, 한 개의 샌드위치와 다섯 잔의 커피를 마셨다.

"어디로 가는데?" 존은 하품하면서 성 바츠 병원을 나서는 셜록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야드로 갈 거야." 셜록이 장갑을 끼며 대답했다. "넌 집으로 가서 좀 쉴 거고."

존은 머리를 흔들기 시작했지만, 셜록의 말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넌 지쳤고, 배고프고, 계속해서 하품하고 있고, 또 어깨도 아프잖아. 네가 여기 저기서 날 계속 방해하지 않는다면 난 사건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음, 존재하지도 않는 걸 보기 시작하면 너한테 바로 전화할께."

조심스럽게 셜록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존은 이게 굉장히 끔찍한 제안이라고 말할 이유를 찾고 싶었지만, 그는 정말 배고팠고 피곤했고 아팠으며, 셜록이 계속해서 자신을 걱정하는 표정과 몹시 화가 난 표정 중간 어디쯤의 표정으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괜찮을거야." 셜록이 주장했다.

존의 손가락 위로 가볍게 다른 손가락들이 쥐어졌다가 떨어졌다. 존은 평정심을 되찾았고, 그들은 따로 따로 택시를 탔다. 그가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불러주자마자, 존은 그렉에게 전화를 걸어 셜록이 그리로 가는 중이며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내게 전화해달라고 한번 더 말했다.

그는 택시 안에서 거의 잠들뻔 했고, 냉장고 안에 남아있던 음식을 먹는 동안 또 한 번 잠들뻔 했다. 그가 마침내 침대 위로 올라갔을 때, 잠들기 전까지 셜록이 따뜻하게 옆에서 몸을 데워주는 게 훨씬 더 편안하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동안 할 수 있었다.

전화 벨소리가 그를 깨웠을 때, 그는 마치 눈을 감자마자 다시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재빨리 알람시계를 확인하니, 그는 네 시간 동안 잠을 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침대 옆 탁자 위로 손을 더듬거려 휴대전화를 찾았고, 전화를 건 사람이 그렉이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셜록이 지금 환각증세를 겪고 있어요?" 인삿말을 건네는 것도 잊어버리고,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물었다.

이미, 그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옷을 입고 있었다.

"아뇨, 그게 아닙니다." 그렉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잠깐 셜록을 혼자 두었는데, 그런데 - "

존은 그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한 무더기의 시나리오들처럼, 그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셜록이라면, 심지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 미안해요, 존, 그가 잠들어 버렸어요."

안도감이 먼저 찾아왔다. 잠드는 것은 혼자서 살인범을 뒤쫓아 가는 것 보다는 훨씬 더 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 걱정되기 시작했다. 셜록이, NSY에서 잠들었다. 그가 일어나면, 왜 여기에서 자신이 깨어나게 된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경찰관들은 셜록의 상태를 알고 있지만, 셜록이 잠에서 깨었을 때 어떻게 그에게 대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갈피를 못 잡는, 혼란스러워하는, 두려워하는 셜록은 결코 좋은 게 아니었다.

"깨우지 마세요," 존이 재빨리 말했다. "그냥... 자게 내버려두세요. 최대한 빨리 그리로 갈께요. 하지만 만약 그 사이에 셜록이 일어나면,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붙잡아두세요."

그렉이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기록갱신 한 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난지 5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이미 가늘게 비 내리는 거리로 발을 내딛었다. 언제 어디서든, 낮이든 밤이든 택시를 잡아타는 셜록의 거의 마법과 같은 능력이 나에게도 있었더라면, 하고 바라면서.

32분 뒤, 그는 회의실 가장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셜록은 탁자 위에 팔짱을 낀 채로 올려둔 다음, 그걸 베개 삼아 자고 있었다.

"미안해요," 그렉이 조용하게 말했다. "난 5분도 안되게 자리를 비웠어요. 커피 가지러 나갔었거든요. 내가 여길 나설 때 셜록은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의 목소리는 존이 머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자 잦아들었다. "당신이 미안해 할 이유는 없어요. 셜록은 자기 자신을 너무 심하게 몰아부쳐요. 그 때나 지금이나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내 바람은 그냥..."

그는 말을 더 잇기 전에 혀를 깨물었다. 좀 더 쉬운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바라는 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게 그들이 처한 삶이고, 그들은 이런 삶을 버텨야 했으며, 쉽게 지나갈 수 있는 길 같은 건 없었다.

"그럼 계속 자게 내버려 두자는 겁니까?" 그렉이 몇 초 뒤 질문했다. 그는 분명 존이 이를 악 물어 턱의 근육이 굳어지는 모습을 보았음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가 계속해서 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셜록은 잠이 필요하고, 나도 이해는 하지만, 셜록은 내 증거물들 위에서 자고 있고, 만약 셜록이 내 일을 도와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난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존은 시계를 힐끗 보았다. 그렉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고 생각한다면, 셜록은 대략 40분 정도 잠을 잔 상태였다.

"우리 20분만 더 기다릴 수 있을까요?" 그가 물었다. "그러면 셜록은 한 시간 동안 잔 셈이 됩니다. 당신도 셜록이 계속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는 당신을 위해 무슨 일이든 밝혀내려면 약간의 휴식이 필요해요."

그렉은 짜증난 듯 보였지만, 마침내 동의했다. 물론 그도 지쳐있었고, 그의 팀원들도 쪽잠을 자거나 쉬는 중이었으며, 셜록의 도움이 없다면 정답에 가까이 갈 수 없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살인자는 이미 두 번이나 사건을 저질렀고, 셜록은 살인사건이 다시, 금방, 일어날 것임을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젠, 정말로 시간 싸움이었다.

잠들어있는 셜록을 바라보는 20분은 마치 영겁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존이 셜록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그를 흔들어 깨우는 일이, 너무 금방 다가온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올빼미처럼 눈을 깜박이며, 셜록은 머리를 들어 존을 올려다보았고, 그의 눈썹은 벌써부터 혼란에 빠진 듯 움직였다.

"존? 이게 무슨..." 

그는 몇 차례 눈을 깜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존은 그가 스코틀랜드 야드에 있다는 상황을 인식해나가는 과정을, 하지만 왜, 언제 여기에 도달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셜록, 날 믿지?" 존이 재빨리 물었다.

혼란스럽고, 졸리운 두 눈동자가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믿지... 응, 난.. 이게 대체 -"

"그럼 날 따라와, 부탁이야."

존은 셜록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셜록이 아주 잠깐 머뭇거렸다가 자신이 내민 손을 잡고,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존은 떠오르는 미소를 감출수가 없었다. 무의식중에 존은 손깍지를 끼고 셜록의 손을 쥐었고, 그를 가장 가까운 화장실로 이끌었다. 쨍한 화장실 형광등 불빛 아래에 선 셜록은 더 창백해 보였고, 다크서클은 더 짙어져 있었다.

"네 셔츠 버튼들을 풀도록 해," 존은 자신의 셔츠 버튼들을 천천히 풀면서 말했다. "일단 왼쪽 손목의 버튼부터 풀어. 네가 지금 혼란스럽다는 건 알지만, 네 팔을 보게 되면 너도 곧장 이해하게 될거야. 정말 그럴거라고 약속할께."

완전히 어리둥절해진 표정으로, 셜록은 왼쪽 손목의 단추들을 풀렀고 셔츠를 접어 올렸다. 그가 단어들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문신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따라 읽는 동안 셜록은 얼굴을 더 찌푸렸다. 그는 존을 쳐다보았고, 그의 혀는 잠시 입술을 축인 뒤, 질문을 천천히 던졌다. "얼마나 오래 됐어?"

"네 달," 존이 차분히 대답했다. "지금은 10월이야. 넌 지금까지 굉장히 잘해왔어. 경찰들을 잘 도왔고, 지휘했고, 네 형과도 말다툼도 하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야. 난 이제 너랑 같이 살고 있어. 네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그리고 또..." 그는 셜록의 가슴을 가리켰다. "다른 것도 있어. 하지만 네가 직접 보는 게 좋겠다."

셔츠를 넓게 젖히는 셜록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는 아래쪽을 내려다 보면서, 금방 그 문신들을 발견했다. 그의 움직임은 약간 더 빨라졌고, 가슴을 드러내기 위해 서둘러 마지막 두 개의 단추를 풀었다. 벽에 붙어있는 넓은 거울을 마주보고 서서, 그 문신으로 새겨진 단어들을 소리내지 않고 입술로 따라 읽고 있는 셜록을, 존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가 존을 향해 궁금증 가득한 표정을 지어보였을 때, 존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존은 자신의 셔츠를 넓게 열고, 가슴에 새긴 문신을 드러내어, 그래, 맞아 이건 사실이야. 하고 증명해보였다. 그렇다. 아주 끔찍한 일이 셜록에게 벌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일들이 앞으로 벌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그는 그 단어들을 소리내 읽었고, 조용히 입 꼬리엔 미소가 걸렸다. "그건 얼마나 오래됐지?" 그가 이전보다 더 침착하게 물었다.

존도 함께 미소지었다. "내일이면 한 달이 돼."

셜록은 더 크게 미소지었다. 존은 항상 셜록이 먼저 첫 걸음을 뗄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지금 셜록은, 존의 어느 곳에든 키스하기 거의 일보 직전이었다. 아마 존도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렉이 화장실 문을 두 차례 노크하고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미안," 그가 말을 꺼낸 뒤 그들을 바라보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눈썹을 너무 치켜떠서, 거의 이마에 닿을 것 같았다.

존은 자신의 뺨이 갑자기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셔츠의 단추들을 채웠다. 셜록은, 하지만, 지금 셔츠를 거의 걸치고 있을 뿐인 상태라는 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건," 그가 생각한 것들을 크게 말했다. "사건이 있다는 뜻이겠군. 사건에 대해서 설명해봐."

그렉은 존에게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존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다시 회의실로 돌아와, 그렉은 사건 현장을 설명하는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그들이 발견한 단서들을, 성 바츠 병원에서 셜록이 분석했던 자료들을, 지금까지 그렉과 이야기 나눴던 내용들도 알려주었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퍼즐들도 발견되었다: 젊은 여성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그녀가 클럽에서 나오기 한 시간 전에, 빨간색 차에 올라탔다고 되어 있었다. 살인자는 그 빨간 차를 운전했을 것이고, 클럽에서 희생양을 두 명 골랐을 것이라고, 셜록은 추리했다.

그 부분에서부터, 셜록은 이 연쇄 살인 사건을 처음 맡았을 때 겪었던 회오리바람 같은 흥분을 느꼈다. 존은 이건 단순한 퍼즐이 아니라 그 젊은 여자의 삶과 죽음에 관련된 수수께끼라고 다시 일러줬지만, 종래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사실을 되짚어 준다고 해서 셜록이 사건을 더 빨리 해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증거들을 하나씩 다시 살펴보았고, 휴대전화에 뭔가를 타닥타닥 입력했으며, 사납게 중얼거려서, 존은 그가 환각증세를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아니었고, 그는 단순히 사건을 시간 안에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중이었다. 이전에 그 분홍색 휴대전화기와 몇 차례의 시보 소리를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일이었다; 당연히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셜록이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네 시간이 걸렸다.

네 시간 하고도 30분 뒤에, 그들은 경찰관들과 함께 버려진 공장지대로 들어섰다. 이 곳은 셜록이, 살인자가 희생양을 템즈 강으로 던져넣기 전에 데리고 있었던 장소라고 말한 공장이었다.

스무명 남짓, 남자로만 구성된 팀이 그 공장을 하나씩 수색했다. 그들은 그 빨간색 차와 살인자와 그 젊은 여자를 찾아냈다.

그 여자에겐 너무 늦은 때였다. 그녀는 살인자가 잡히기 겨우 몇 초 전에 살해당했다.

"얼마나 오래 됐어?" 셜록은 피 흘리는 그녀의 시체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로, 오늘 밤에만 똑같은 질문을 벌써 세 번째 던졌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잔거야?"

존은 그의 손을 셜록의 팔 위에 올려놓고 그를 바깥으로 끌어 내려고 애썼다. "셜록..."

셜록은 조금도 움직이려하지 않았다. "얼마나 됐냐고, 존?" 그의 목소리가 텅 빈 공장에 울렸다.

"한 시간," 존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는 셜록의 팔을 더 세게 쥐었고, 이런 자신의 손짓이 그가 정신을 차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넌 거의 닷새 동안 깨어있었어. 그 정도는 쉬어야만 했다고."

아무런 낌새도 미리 주지 않은채로, 셜록은 자신의 팔을 비틀어 존의 손을 떼어내고 가장 가까운 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 공장에 있던 경찰관들과 과학수사대원들이 존과 셜록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그들과 똑같이 피곤하고, 패배한 듯한 눈빛으로.

"넌 내가 경찰들을 도왔다고 말했지." 셜록의 목소리는 완전히 텅 빈 것 같았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고, 공허했다. "내가 어떻게 도왔다는 거야, 내가 어떻게 사건 해결하던 도중에 모든 걸 다 잊어버리는데 도울 수 있었다는 거야?"

"넌 계속 도와주고 있었어." 존이 셜록의 손목을 붙잡아, 셜록의 손에 상처가 얼마나 났는지 확인했다. 단순히 멍이 들었을 뿐이었다. "넌 이 살인자를 잡았고, 그는 더 이상 살인을 저지를 수 없어. 집에 가면 네 일기장이 있고, 거기엔 네가 해결한 사건들이 다 쓰여있어. 베이커 가로 다시 돌아가자. 그리고 그걸 보면 - "

"좋아, 베이커 가로 가자." 셜록이 몸을 돌려 존을 밀어내면서 말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머무를 이유가 없어."

겨우 몇 초 만에, 그는 성큼 성큼 걸음을 내딛어 공장을 가로질러 나갔다. 존은 그가 떠나는 것을 마음 아프게 지켜보았고, 무슨 일을 해야 좋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셜록은 괜찮은거야?" 그렉이 존에게 다가와 가까이 선 다음 물었다.

"괜찮을 거예요," 존이 불평하듯 중얼거렸다. "다 잊어버리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공장의 입구에서, 셜록의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머무르고 있었다. 그는 뒤돌아 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기다리는 중이었다. 존은 잘 있으라는 인사를 남기고 그에게 다가갔다. 만약 내가 애초에 셜록을 따라 스코틀랜드 야드로 왔더라면, 야드에 도착하자마자 셜록을 깨웠더라면, 만약에... 그랬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존은 더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셜록은 곧 잊을 것이고, 존이 말한 것 처럼, 그러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리고 존도 역시 괜찮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존이 자기 자신을 비난해도 셜록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될테니까. 하지만 젠장, 가끔은 그도 잊어버릴 수 있었더라면 하고 바랐다.




* 이번 편은 지난 7편에서 이어지는 시점이군요! 7편 읽을 땐 야드 한복판에서 잠에서 깨어난 셜록이 어떻게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이런 즐거웠다가 아픈 하루를 보낸 다음 날이라서 그랬던거군요 ㅠㅠ










  1. 이 부분은.. 이전에 셜록이 여러 사람들과 키스 등의 친밀감?을 확인하는 실험을 했던 것에 대한 얘기 같아요. 질투하는 것이냐 존? ㅋㅋ [본문으로]
Posted by 물음표 5nqz23c